홍익대학교
동양화
석사
단국대학교
동양화
학사
시간과 시선을 표현하는 '흔적의 기억_ 이수빈' 입니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릴 적 그림을 그리고 상을 받는 경험은 있었지만, 그때는 단순한 즐거움일 뿐, 작가가 되겠다는 확고한 결심으로 이어지진 않았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감정과 기억이 마음속에 겹겹이 쌓이기 시작했고, 그것들을 작업이라는 방식으로 꺼내야겠다는 강한 필요를 느꼈습니다. 그렇게 표현을 이어가면서 작업이 제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고, 그 안에서 스스로와 끊임없이 마주하게 되었어요.
그 작업들이 쌓이면서, 어느새 자연스럽게 작가로서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계기보다는, 삶을 이해하고 기억하려는 과정 속에서 작업은 제게 꼭 필요한 언어가 되었고, 그렇게 작업을 지속하는 일이 곧 작가로 살아가는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흔적의 기억'작품들은 감정이나 기억, 인지하지 못한 모습, 그리고 시간이 남긴 흔적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감정의 결, 관계 속에서 생긴 흔적들을 화면 위에 조용히 담아내고 고자 합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건, 내면에 남는 어떤 ‘기억의 층’의 모습 입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주로 금박, 먹, 호분, 종이 등 서로 다른 물질을 조합하여 화면 위에 층을 쌓고, 긁어내고, 다시 덧칠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단순히 시각적인 효과를 노리기보다는, 삶의 물질성과 시간의 누적, 그리고 기억의 잔재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선택입니다.
특히 금은 저에게 있어 단순한 장식적 재료가 아니라, 아버지의 금광 노동과 가족의 삶이 녹아든 실존적 물질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작업 속에서 금은 사치나 상징의 도구라기보다, 실제 존재했던 시간과 관계, 사라졌지만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형상으로 기능합니다.
화면을 구성할 때 명확한 구도보다는 겹겹이 쌓인 질감과 흔적의 층위를 통해, 보는 이가 천천히 시간을 따라가듯 감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듭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의 요소들, 표지판과 같은 일상의 사물들이 등장하며, 이들은 현실 속 구체성과 기억을 담은 은유적 표현으로 함께 작동합니다.
전통 한국화의 시점 구성 방식과 몰입감을 존중하면서도, 이를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하려 합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작업을 이어가면서 애착이 가지 않은 작품은 없어요. 다만 아쉬움이 남는 작업과 수 많은 감정이 단순해 질때 완성한 작업은 뿌듯 합니다. 닥 종이 위에서 겹치고 분해하는 과정 속, 작업의 기복을 줄이는 것 , 그래서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 너무 힘든 거 같아요. 죽기 전 필요한 과정의 선상에 있는 작품은 있는 거 같아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어떤 특정 작품보다는, 작업 중 '금'이라는 재료를 다룰 때 느끼는 감정이 각별해요. 금이라는 물질이 지닌 물리적, 역사적 무게뿐 아니라, 저희 가족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특별한 상징이 됩니다. 그 감정을 담아낸 작업들엔 자연스럽게 더 깊은 애착이 생기곤 합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일상의 교차 되는 지점, 작은 감정들, 변화 하는 장소들, 그리고 잊힌 기억에서 영감을 받아요.
특히 시간이 지나며 남겨진 사물의 표면, 당연한 것, 지나가 버린 풍경처럼 누군가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것들에서 많은 이야기를 발견하곤 합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전통 한국화의 시점 구성 방식과 몰입감을 존중하면서, 이를 언어로 재 해석하여 합니다. 다만 특정 재료나 기법에 얽매이기 보단, 상황에 맞는 사유나 감각에 맞는 재료를 사용 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 하다고 생각 합니다.
작업은 단순해 보이지만 물질적으로는 다층적, 감각과 명료함이 존재합니다. 이처럼 삶의 순간들, 잊힌 장소들,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정서들을 언어로써 정직하게 기록하는 것이 저의 작업의 출발점이자 지속적 항해하는 목표 입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작업을 통해 감춰진 감정이나 기억의 결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가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제 작업이 누군가에게는 지나온 시간이나 관계를 다시 돌아보는 작은 창이 되었으면 합니다.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업 외적으로는 느리게 살아가기, 그리고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삶을 지향합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 잠시 앉아 '왜',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
꾸준히 사유하고, 정직하게 표현하면서 저의 작업이 삶 그 자체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