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자대학교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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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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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대학원 석사과정 재학
아직 남아있다.
낡은 벽에 손자국이 남아 있다.
누군가 그 자리를 떠난 지 오래인데도, 그 온기는 쉽게 식지 않는다.
창문 아래에는 오래된 의자가 있고, 의자의 표면에는 누군가의 체온이 배어 있다.
사람은 사라졌지만, 감정의 자국은 여전히 머물러 있다.
감정은 쉽게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취는 언제나 어딘가에 남아있다.
내 작업은 그 머무름의 시간을 다룬다. 우리가 느꼈던 감정은 완전히 사라지는 법이 없고,
다만 다른 형태로 변해 우리 안에서 숨쉰다. 나는 그것을 하나의 형상으로 붙잡는다.
한 생의 흔적이 남은 가죽은,감정을 머무르게 하는 표면이 된다.
그 안에는 시간이 스며있고, 사라진 온기가 여전히 남아있다.
나는 그 위에 나의 감정과 기억을 덧입히며 서로 다른 시간과 마음이 닿는 순간을 만든다.
가죽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감정이 머무는 장소이자 기억이 드러나는 통로이다.
그 위에서 감정은 형태로 응고하고, 시간은 천천히 결을 남긴다.
감정의 온도와 기억의 무게,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 한 화면 안에 공존한다.
그렇게 감정은 물질로 스며들고, 물질은 다시 감정으로 되돌아온다.
때로는 고백처럼, 말로 다하지 못했던 감정이 표면 위에서 드러난다.
그것은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여전히 이어지는 감정의 기록이다.
가죽의 결에는 봉합되지 않은 마음의 틈과 지나간 시간의 여운이 공존한다.
나는 그 틈새에 스며든 감정을 따라가며, 그 안에 머물던 기억의 흔적을 붙잡는다.
감정은 시간 속에서 머물며 형태를 얻는다.
그 위에 과거의 기억이 내려앉고, 그 기억은 다시 지금의 감정과 맞닿는다.
나는 그 순환 속에서 감정이 사라지는 대신, 다른 형태로 남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것은 감정이 머물다 스치는 사이에 피어나는 조용한 고백이며,
내가 전하고자 하는 감정의 언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