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미술학과 회화 (재학중)
박사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석사
<단절과 연결>
우리는 연약한 존재지만, 관계를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내면의 강인함을 발견한다. 나의 작업 속 등장하는 실의 형상은 이러한 인간 관계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마치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로운 낱실들은 서로 엉키고 풀리기를 반복하며, 삶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연결과 변화를 그려내고자 한다. 실들은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그 유기적인 움직임 속에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실들은 더욱 단단해지고 조화를 이루며, 또 다른 가능태로 나타닌다. 나는 이러한 실의 흐름을 따라가며, 회복과 희망의 감각을 탐구하고자 한다.
나의 그림 속 실들은 끝없이 변화하는 존재로 이 선들이 겹쳐지고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리듬은 특정한 형태에 갇히지 않은 유동적인 공간, 즉 ‘코라(chōra)’를 떠올리게 한다. 코라는 아직 형태를 갖추지 않은 가능성의 공간이며,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공간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시도이며, 감각이 언어로 변환되기 전의 순수한 순간을 포착하려 한다.
삶은 끊임없이 변하는 과정속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잃고, 다시 채우며, 변화하는 자신을 마주한다. 얽히고설킨 실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레이어는 우리의 성장과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 특히 <사이의 시간> 시리즈의 대표작 <어둠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도록>은 불확실한 인간의 형상과 엉킨 실을 통해 개인의 내면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서 변화하고 적응하는 인간 존재를 탐구한다.
나의 작업에서 실은 소비되는 사물에서 물질 그 자체의 개념으로 치환하여 실의 아우라를 회복하고자 한다. 이는 감각의 매개체이며, 인간 존재의 은유이다. 실이 가늘고 끊어질 듯하면서도 끝없이 이어지듯, 우리의 삶도 불안과 희망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엮인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사라지고 흩어지는 것들 속에서도 의미를 포착하고, 표상될 수 없는 감각적 틈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 그림 속 일루전과 불분명한 형상들은 우리가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의 경계에서 머물며, 상상과 감각의 새로운 지점을 탐색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마음 속 언어 이전의 충동들과 마주하며 일상의 언어로 포착할 수 없는 모호한 순간과 더욱 가까워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실화>
자연의 심미적인 감각과 그 내면과 대상과의 교감을 통해 느껴지는 예민한 감각들을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채널의 비 언어적인 수단으로 사용되는 꽃은 무채색의 지친 삶을 사는 현대인의 정서적인 부분의 회복을 작품을 통하여 환기하고자 한다. 주로 전면화로 그려진 사실화는 본인의 기교 혹은 표현이 충분할 때 그 형태를 초월한 조형성으로 나타난다. 직접 포착한 공간, 사진으로 보았던 자연의 이야기를 캔버스에 담아 작품 안에서 생명력을 이끌어 내는데 집중하여 타자의 시선을 그 공간 속으로 이끌어 현실과 상상의 감각적 충돌을 이끌어 낸다. 이에 일상에 파묻힌 우리의 고정된 의식을 환기시키는 자연에 대한 시선을 고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