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언어는 반드시 문장일 필요는 없습니다. 가끔은 번지는 색 하나, 고요히 흐르는 선 하나가 마음의 결을 더 선명히 말해줍니다. 나의 그림은 그렇게 말해지지 않는 것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내면을 맴돌던 감정들, 쓰다 마친 시구처럼 마음 속에 머물던 기억들, 그 모든 것이 캔버스 위에서 나만의 색으로 다시 태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그리는 것은, 사랑입니다. 꿈입니다.
그리고 삶입니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따뜻한 에너지들을 꺼내서 캔버스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형태는 추상적일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언제나 구체적입니다.
한 점의 붉음이 사랑을, 번지는 푸름이 기다림을, 스며드는 노랑이 작은 희망을 이야기할 때가 있죠.
아크릴은 나에게 솔직한 도구입니다.
질감과 속도, 그리고 충동적인 제스처까지 담아낼 수 있기에 생각보다 더 깊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먹의 깊이, 한지의 결, 꽃의 생명력까지 더해지면 그림은 단순한 시각의 표현을 넘어, 온몸으로 느껴지는 하나의 경험이 됩니다. 저의 그림이 누군가에게 잔잔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삶 속에서 아주 잠시라도, 그림 앞에서 숨을 고르고 마음을 쉬어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저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늘, 조용하지만 깊은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