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
학사
작업은 ‘우연의 관계점’이라는 모순된 단어 조합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우연은 세상 속 일상의 모든 관계(사건의 관계, 인간의 관계, 성향 및 성격 형성의 관계, 혈육의 관계 등)를 말하는데, 작가는 인간이 뜻하지 않게 마주한 상황, 노력 없이 얻어진 결과물, 본의 아닌 감정변화 등 아무런 인과 관계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나는‘우연’을 의심하며, 의심의 과정에서 제한된 인간의 시각에서 볼 수 없는 다른 차원에서의 법칙에서 해답을 찾고자 ‘거대한 존재가 운명을 조작하는 세계’를 상상했다. 다른 차원의 눈을 빌려 현재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우연적인 일’의 근원을 찾아 필연의 연결고리로 이어 관계된 지점을 찾고자 한다. 이에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어떤 존재에 의해 서로 유기적이고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서로 지배하고 지배당하는 여러 개의 세계가 각 차원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를 제작한다.
작가가 제작한 세계의 이름은 ‘시시블러디 (嬉戏 / xīxì BLOODY)’이다. [시시(嬉戏, xīxì) ‘-가지고 놀다.- 유희하다’]라는 뜻과 [‘-피의, 피투성이의’라는 의미 (크게 ‘육체’라 지정) 블러디(bloody)]의 뜻이 결합한 이름이다. 즉 시시블러디는 ‘사람을 가지고 놀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 세계는 현실세계에서 컴퓨터 포탈을 타고 도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작가의 다중우주 세계관의 하나의 영역이다.
작가는 작업 속 ‘주별희’라는 인물을 창조해 본인을 대입하며 시시블러디 세계(피지배세계)를 조작하고 관망하는 ‘신’이자, 현실세계(근본이 되는 세계 : 현재 살고 있는 3차원의 공간/ 지배 세계)에서의 시시블러디 세계 창작한 예술가로서 두 세계의 경계 지점에 위치한다. 세상과의 관계 설정이 완전히 반대인 상황에 놓인 작가는 이 세계관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와 위치에 대해 혼돈을 느낀다. 우주는 무한한 영역인 것 같으면서도 손바닥만큼 작을 수 있고, 스스로 만든 세상에서 나는 신이지만 큰 세상 속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이해하며 혹시 있을 현실세계를 지배할 ‘어떤 세계’의 존재를 의심하기도 한다. 이에 작가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스스로의 것일지 의문을 가지며, 두 세계를 오가며 양쪽의 시점에서 얻은 인간은 알 수 없었던 ‘우연의 관계점’을 소설과 그림 등으로 기록해 보기로 한다.
<시시블러디 세계>
시시블러디 세계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가상 세계이다. 현실의 연구원들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연구하여 분해, 결합을 통해 새로운 운명 데이터를 만들어 냈고 그것을 바탕으로 시시블러디의 인간, 즉 플레이어를 만들어 낸다. 가상 세계이지만 여기에서 살아가고 인물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그들은 자신이 어떤 명령에 의해 제작 되었고 그 설정값으로 삶이 조작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저 우연한 미지의 일들과 자신들의 선택에 의해 자의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시블러디를 구성하는 플레이어의 구성은 이렇다. 첫째, 현실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시시블러디 프로젝트에 참가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명령에 수행할 수 있는 설정값을 넣는 조건을 가지고 가상세계 내 관리자로 임명된다. 그들은 현실세계에서 내리는 명령을 가상세계내에서 발현할 수 있도록 처리한다. 보통은 다른 인간들의 삶을 조작하는 매개를 제공하고 설정하는 일을 하게 된다. 두번째는 현실에 연구원들이 만든 운명 데이터를 심어 새롭게 제작한 플레이어(npc)다. 시시블러디 구성에 대부분의 비중을 두고 있는 구성원들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현실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참여는 했지만 새로운 운명 데이터를 심은 플레이어이다. 프로그램 내에서 가장 많이 변수로 제공하는 구성원들이지만 그들 속에 남아있는 현실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시시블러디를 원활하게 이끌어 주는 구성원이기도 하다.
시시블러디의 모습은 주황색 사막과 회색 하늘이 배경이 되며, 주황색 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안에 마젠타라는 도시마을, 서쪽 늪, 무기공장이 있는 사막지역 등이 있다.
시시블러디를 배경으로 한 소설 중 <PINK LENSE>는 시시블러디 구성 중 두번째에 해당하는 npc 들의 대한 내용이며, 비둘기, 빛나는 가재, 유니콘 군단, 젠가토끼들 등의 인물들을 주제로 그들의 인간적인 삶의 모습과 시시블러디의 존재를 깨닿고 운명에서부터 벗어나보고자 하는 내용을 다룬다.
또 다른 소설인 <ERROR>는 시시블러디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지만 기억을 지운 세번째 플레이어 유형인 주인공이 프로그램 내 오류로 인해 기억을 가지게 되고 그 계기로 프로그램 내에 변수를 제공한다. 이 변수로 인해 여러번 프로그램을 리셋하는 과정에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본인의 데이터를 잃고 에러의 존재로 남게 되며 자신들의 삶을 조작하는 시시블러디 세계에 대항하는 내용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