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자대학교
회화학과
석사
동덕여자대학교
회화과
학사
〈Childscape: 유아적 원시의 풍경〉
"한 발 한 발, 나는 태어날 때부터 내 것이었던 내면의 풍경을 정복해 나갔다."
—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중에서
나의 그림 속 아이는 모든 것이 처음이다.
봄도 처음이고, 숲도 처음이며, 밤조차 처음 맞이한다. 그 처음의 순간은 서툴지만 두려움이 없는 순수로 가득하다.
아이는 언어나 규범 이전의 감각으로 세상을 받아들인다. 그것은 내가 작업에서 그려내고자하는 유아적 원시성(primordial innocence) 의 시각이다. 이 원시성은 미숙함이 아니라, 세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가장 본능적인 감각이자, 외부의 평가 속에서도 내면의 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본질적 자아의 힘이다.
아이의 세계는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장소이다.
그곳에서 아이는 곰, 고양이, 토끼 등의 인형 옷을 입고 숲과 구름, 밤의 품으로 들어선다. 인형 옷은 놀이이자 변신의 장치이며, 자신을 지켜주는 보호색이 된다.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진 이 세계는 현실의 질서에서 벗어나 환상과 감각이 공존하는 하나의 헤테로피아(heterotopia)이다.
〈Childscape Series〉는 나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출발한다.
구름 속에서 양의 형상을 찾고, 오후의 그림자 속에서 또 다른 풍경을 발견하던 그 시간들. 그 유희적 상상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인식하는 나만의 방식이었다. 현재의 작업은 그 기억을 따라, 원시성을 간직한 시선으로 현실을 다시 바라보며 자기 동일성과 존재의 자율성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나의 회화는 그러한 시선을 통해,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헤테로피아적 풍경 속에서 유아적 원시성을 회복하려는 여정이다. 아이의 세계는 일상의 혼란 속에서 나와 관람자 모두에게 잠시 머물 수 있는 안식처가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