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대학교 서양화 학사
붕괴되는 세계에 사람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내 작품들은 영화처럼 배경이 되는 세계관이 있다.
새 생명이 희박하게 태어나는 붕괴되는 세계. 사람들은 치명적인 병원체로 인해 혼자거나 작은 집단 내에서만 살 수 있다.
하지만 모두 알고있다. 자신들이 인류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나는 계속해서 붕괴되는 세계에 집착한다. 대부분의 끌리는 것이 그렇듯 그 이유-지금의 세계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그러한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이 세계가 향해가는 방향을 그렇게 보는 것인지, 지루하게 불안이 반복되는 죽음이 인접한 세계에 어떠한 쾌락이 있는 지-를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아직 모름’이라는 불안정한 상태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계속 그려나갈 동력은 그 ‘모름’에서 생긴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목적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닌 ‘탐험’ 자체에 있는지도 모른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현재의 삶을 허망하게 만들어,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금 먹는 크로아상이 이 세계에 남은 마지막 크로아상이라면, 지금 마시는 에스프레소가 마지막이라면, 지금이 사랑하는 이를 만질 수 있는 마지막 현재라면 … 그것을 내가 알고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첫 경험은 알 수 있지만 마지막 경험은 대체로 모른다. 우리가 마지막을 안다면 마지막 경험은 첫 경험보다 강렬할까?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초등학교 4학년 특별활동 시간에 로봇과 괴수가 있는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이 되어서 그림에 대해서 설명한 날이다. 지금의 나는 로봇과 괴수를 그리던 아이가 있던 곳에서 그리 멀리 오지 않은 것 같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은 ‘말(언어)’이 아니다. 어떠한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관람자가 그것을 말이 아니라 보는 행위를 통해 전달 받길 바란다. ‘그것’은 말로 하면 아무것도 아니거나, 시시해지는 어떤 것이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능하면 신속하게 그리려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는 오랫동안 수정하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그러다보면 시작할 때의 나와 그림이 완성되는 시점의 내가 달라서 작품 안에 리듬이 끊긴다. 그리고, ‘유화’라는 재료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표현법과, 그리는 사람이 재료를 다루면서 느끼는 ‘만드는 재미’ 또는 ‘그리는 재미’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한 것은 작품을 통해 신기할 정도로 잘 전달된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이슥한 밤 01’이라는 작은 작품이다. 특별한 작품은 뒷면에 ‘00’이라는 표시를 한다. 그리기를 통해 이루고자하는 어떠한 지점에 가까이 간 작품들에게 부여되는 일종의 코드다. 하지만 그러한 작품은 거의 없다. 그래서 판매하지 않는다. 그 중 첫번째 작품이 ‘이슥한 밤 01’이다. 오랜시간 헤매고 수없이 수정해서 얻은 결과물이다. 그 이후 작품들은 이 작품에 뿌리를 두고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지만, 주로 예전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장르는 액션, 사이버펑크, sf, 아포칼립스물이 대부분이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인물 유화를 그리는 데 이상적인 붓질이나 표현법이 존재하지 않겠지만, 나 스스로는 ‘이상적인 붓질과 표현법이 있다’라는 망상을 동인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나는 ’내가 무엇을 그리고 있는가?’와 ‘나(인간)는 왜 그림을 그리는가?’의 내 나름의 답을 얻기 위해 그림을 그려왔다.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특별히 누군가에게 어떠한 기억으로 남길 바라지 않는다. 각자 기억하고 싶은대로 기억하면 된다. 다만 작은 바램이 있다면 …
오래전 제주도 여행중 묵은 한 숙소는 화장실로 가는 복도가 길었다. 며칠을 묵는 동안 밤에 복도를 지나 화장실에 가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그때 복도 끝에 인물 그림이 걸려있으면 덜 무서울 것 같다는 상상을 했다. 그림은 단지 물감 덩어리일 뿐이지만 우리는 거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그림은 감상자 각자의 생각이 더해지면 의미를 갖고 비로소 완성된다. 누군가 두려운 상황에 있을 때 그림을 통해 작은 온기와 위로를 느낀다면 그걸로 족하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작업실이 일산호수공원 앞이어서 일주일에 3일 이상은 러닝을 한다. 요즘 러닝의 재미에 푹 빠져서 즐기고 있다. 지금은 바이러스로인해 대회가 어렵지만 언젠가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나아가서는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고 싶다.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품위있게 나이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