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학사
저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작품도 만들고, 가벽을 세우고, 페인트를 칠하고, 나무를 자르기도 합니다. 제게 예술과 노동은 서로 다른 일이 아닙니다. 둘 다 손을 움직여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최근 전시인 <망치는 맞는다〉를 준비하면서 '도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오래 생각했습니다. 망치는 무언가를 때리는 도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망치도 수없이 맞으며 형태를 유지합니다. 사람도 비슷합니다. 무언가를 만들고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마모되고 부딪히는 시간을 견디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런 평범한 노동과 사람들의 흔적을 작품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거창한 계기는 없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결국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이 작업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결과보다 과정에 더 끌렸고,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저를 가장 저답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작가라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거대한 사회 문제를 직접 설명하기보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지나치는 행복에 대해 다시 바라보게 만들고 싶습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평면 회화를 중심으로 작업하지만 실제 재료와 물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형태를 과장하기보다는 대상이 가진 구조와 질감을 최대한 관찰하려고 합니다.
최근에는 도구 자체보다 그 도구가 지나간 흔적과 사용된 시간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완성된 결과보다 과정이 드러나는 화면을 만들고 싶습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어머니가 해주시던 얘기다. 관계든, 일이든, 사랑이든 앞으로 내가 어떤 손을 선택하여 잡고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나의 청춘의 고민과 걱정이 담겼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특별한 곳에서 영감을 찾기보다는 제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많이 얻습니다.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오래 사용된 도구, 공사 현장의 흔적이나 낡은 벽처럼 평소에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오래 바라보는 편입니다.
특히 누군가가 무언가를 만들고 살아가기 위해 반복해온 행동이나,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남은 흔적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에게는 작업실과 공사 현장, 그리고 일상생활이 크게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결국 제가 직접 경험하고 만지고 부딪힌 것들이 작업의 재료가 됩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누군가가 살아오면서 반복해온 행동이나 선택, 손에 밴 습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겨진 흔적을 작업으로 기록하고 싶습니다. 꼭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모습 속에는 충분히 많은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면 회화를 계속 이어가면서도 실제 도구나 목재, 금속처럼 제가 일상에서 직접 다루는 재료들을 작품 안으로 조금씩 가져와 회화와 설치의 경계를 넓혀보고 싶습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어렵고 멀리 있는 작가보다는,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작업으로 남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제 작품을 본 사람이 작품의 의미를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작품을 보고 자신의 일이나 가족, 지나온 시간처럼 아주 개인적인 무언가를 한 번쯤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사실 작품 활동과 취미, 일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지는 않습니다. 평소에도 무언가를 만들거나 고치는 것을 좋아해서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공구나 재료를 사용해보는 것 자체를 재미있어합니다.
또 운동이나 여행처럼 작업과 전혀 다른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합니다. 새로운 장소에 가서 사람들과 음식을 만나고, 몸을 움직이는 시간들이 작업을 잠시 내려놓게 해주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렇게 작업과 상관없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 결국 그 경험들이 다시 작업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