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초이진 작가입니다.
많은 분이 저를 고양이를 그리는 작가로 기억해 주시곤 하는데요. 우연히 제 삶에 찾아온 고양이 '깜부'와의 일상, 그리고 아르누보 감성을 담아낸 <낭만고양이> 연작은 제게 참 애착이 가는 세계입니다. 하지만 제 작업이 고양이라는 주제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닌데요. 저에게 고양이는 거대하고 복잡한 세상과 통하는 다정한 창이자 매개체일 뿐, 제 캔버스는 따뜻한 구상의 세계에서부터 우주의 심연을 닮은 <블랙홀>이나 <무제> 시리즈 같은 완전한 추상의 영역까지 확장되곤 합니다.
제 화면 곳곳을 찬찬히 들여다보시면 독특한 선들과 기하학적 도형, 디지털 기호들이 등장하는데요. 이는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무수한 시각적 노이즈와 물질적 가치들을 대변합니다. 무겁고 진지한 회화적 아우라 위에 이러한 가벼운 현대적 기호들을 얹어내며, 우리가 단단하다고 믿는 현실에 유쾌한 균열을 내는 것이 저만의 독특한 표현법이기도 합니다.
제게 예술은 때로 거창한 기술이자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머리로만 고민하고 기술에 의존하던 그 무게감 속에서 저를 구원해 준 것은, 역설적이게도 사소한 일상을 바라보던 고양이 한 마리의 무심하고도 따뜻한 시선이었는데요. 예술은 결국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그 작은 생명체를 통해 비로소 마음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의 작업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위기의 시대에서 위로의 시대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캔버스 위에 끊임없이 흔적을 남기는 행위는, 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러분의 마음속에 다정한 잔상으로 남아 지친 삶을 치유하길 바라는 저의 간절한 염원이기도 합니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정처 없이 떠도는 구름처럼 삶의 흔적만 가득했던 유년 시절, 불안했던 저를 붙잡아 준 것은 오직 그림이었습니다. 또래 아이들이 밖에서 뛰놀 때 홀로 구석에 쪼그려 앉아 무언가를 그리던 아이였지요. 그런 저의 행동을 눈여겨보신 선생님의 권유로 미술을 운명처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잦은 이사로 환경이 바뀔 때마다 제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늘 학교의 ‘미술실’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를 따뜻하게 이끌어주신 존경하는 은사님을 만났고, 은사님과 함께 홀로 미술실에 남아 어스름해질 때까지 미술의 가장 기본적인 기초부터 차근차근 연마해 나갔습니다. 화려한 작업보다 묵묵히 기초를 다지던 그 시간이 제 예술의 단단한 밑바탕이 되어주었습니다.
녹록지 않은 현실 탓에 대학 진학이라는 거창한 욕심은 애초에 꿈꾸지 못했지만, 예술에 대한 갈증만큼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졌습니다. 사치처럼 느껴지던 환경 속에서도 은사님과 함께 닦아온 미술의 기본과 그림에 대한 간절함이, 저를 자연스레 오늘날까지 예술가의 삶으로 이끌어 준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눈앞에 보이는 찰나의 현상(형상) 너머에 존재하는 단단한 '삶의 본질'을 함께 찾아가고 싶습니다. 불교의 《능엄경》에 등장하는 '지월지유(指月之喩, 손가락이 아닌 달을 보라)'라는 화두처럼, 우리는 때로 눈앞의 물질적 자극이나 시각적 데이터 같은 '손가락'에 갇혀 진짜 본질인 '달'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제 작품 속에 구현된 간소화된 시각적 효과와 세련된 추상적 영역들은 바로 이러한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물질적 수치로만 환산되는 차가운 자본주의 시대 속에서, 관객들이 제 그림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사색의 시간'이 가진 고귀한 가치를 마음으로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작업합니다. 고양이의 우아하고 유려한 몸짓을 따뜻한 '아르누보(Art Nouveau)' 감성으로 시각화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독창적인 시그니처 아트를 선보이는 한편, 우주의 심연을 닮은 완전한 추상의 영역까지 캔버스를 확장합니다.
특히 화면 곳곳에 배치되는 독특한 선들과 기하학적 도형, 디지털 기호들은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무수한 시각적 노이즈를 대변하는데요. 이를 통해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공간적 개념을 '하나의 삶'이라는 주제로 관통해 내고자 나름의 변주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오랜 시간 연구해 온 <블랙홀> 시리즈와, 제 삶의 다정한 동반자가 되어 준 <낭만고양이> 연작입니다.
<블랙홀> 시리즈는 얼핏 보면 허무할 정도로 단순하고 가볍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과 공간을 저만의 기법으로 뒤틀고 재해석하며 저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게 만드는 거울 같은 작품입니다.
반면 <낭만고양이> 연작은 제 삶에 선물처럼 찾아온 고양이 '깜부' 덕분에 탄생한 세계입니다. 머리로만 고민하고 기술에 의존하던 예술의 무게감 속에서 방황할 때, 사소한 일상을 바라보던 깜부의 무심하고도 따뜻한 시선이 저를 구원해 주었습니다. 눈이 있어도 보이지 않았던 예술적 가치가 결국 거창한 철학이 아닌 사소한 일상 속에 숨어있음을 깨닫게 해 준, 제 분신과도 같은 작품들입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사건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이 모두 영감의 원천이 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영감의 순간은 '사색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찾아옵니다. 거대하고 복잡한 세상의 소음을 지워내고 홀로 깊은 사유에 잠길 때, 비로소 캔버스 위에 새겨 넣을 단단한 본질의 기호들이 선명해지곤 합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전까지의 작업이 기술적 완성도에 의존하며 머리로 정교하게 계산해 낸 결과물이었다면, 앞으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완전히 마음으로 느끼고 소통하는 작품을 하고자 합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시대적 위기의식 속에서 예술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역할은 '위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딛고 선 단단하고 팍팍한 현실에 예술로서 부드러운 균열을 내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온기를 건네는 작품으로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습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제 이름 석 자가 널리 기억되기보다, 그저 예술의 무게를 덜어낸 제 그림 한 점이 많은 분의 일상에 잔잔한 미소로 스며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위기의 시대에서 위로의 시대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삶의 본질을 함께 고민하고 보폭을 맞춰 걸어가는 다정한 동반자 같은 작품으로 오래도록 남기를 소망합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요즘은 온통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우연한 인연으로 가족이 된 고양이 '깜부'와 함께 사소하고 평온한 일상을 나누는 것이 지금 저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자 쉼표입니다. 깜부와 함께 보내는 그 느긋한 여유의 시간들이, 역설적이게도 다시 캔버스 앞에 설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예술적 에너지를 채워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