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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나리자(Mona Lisa)’라는 이름의 호스트에게 숙박을 허락받고자 많은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집주인의 이름이 익숙하여 많은 분께서 떠올리시는 한 대상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농담 같은 이야기 속 주인공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바로 그 액자 속 여인인 모나리자가 맞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앞에서 식전주를 즐기는 커플 (사진 출처: https://www.mirror.co.uk)
500년 전에 그려진 그림 속 모나리자에게 잠을 청하고자 편지를 쓴다는 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이번 이벤트는 바로 루브르 박물관의 포토존 중 하나이자 박물관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가장 처음 맞이하는 유리 피라미드의 준공 30주년을 기념하며 준비한 ‘루브르에서의 하룻밤’이라는 행사입니다. 이는 루브르와 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엔비(Airbnb)가 협업한 이벤트로, 전 세계에서 딱 한 쌍의 커플을 선정하여 일반 관람객이 퇴장한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루브르에서 편하게 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게 됩니다. 당첨된 커플은 모나리자가 걸린 공간에서 식전주를 즐기고, 사랑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밀로의 비너스상(Venus De Milo)과 함께 만찬을 즐기게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나폴레옹 3세의 처소에서 어쿠스틱 콘서트를 즐긴 후, 피라미드 아래에 준비된 침실에서 파리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눈에 담으며 잠을 청하게 됩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적인 포토존 유리 피라미드에 마련된 침소 (사진 출처: https://www.airbnb.co.kr/)
듣기만 해도 기대되는 이 이벤트에 당첨되고자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신청 메일을 썼다고 합니다. 루브르 박물관 측은 '불 꺼진 미술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엉뚱한 호기심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그 호기심이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이번 행사는 고상하게만 느껴졌던 예술이 얼마나 다가가기 쉬운 문화인지를 알려주고자 하는 취지가 담겨있다고 밝혔습니다.

미술관이 아닌 공간에서 미술을 즐기고자 했던 사람들의 호기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모나리자 호스트 이전에도 이미 그 문을 활짝 열고 편안한 환경 속에서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호스트들이 존재해왔습니다. 이번 미술이야기에서는 이처럼 가장 사적인 공간에 예술을 끌어다 온 사례들과 함께 그것이 가진 의의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작품 그 자체에 대한 온전한 감상을 위해 벽을 하얗게 칠한 공간인 미술관에서 나와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온 미술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1. 미술관에서의 특별한 하룻밤
불 꺼진 미술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사실 루브르 박물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는 오히려 더 오래 전부터 야심한 시각에도 미술관의 문을 활짝 열어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에서 '예술의 섬'이라 불리는 '나오시마' 섬에 위치한 ‘지중미술관’으로, 이곳은 미술관과 호텔이 결합된 독특한 형태로 유명합니다.
테시마 미술관 (사진 출처: https://edition.cnn.com)
지중미술관의 숙박 공간인 베네세 하우스(Benesse House)에는 모든 객실의 벽면에 예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건물 내 다양한 공간에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인테리어를 위해 미술 작품을 설치하는 것은 많은 호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 일이지만 베네세 하우스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호텔과 미술관이 분리되지 않고 이어져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덕분에 관람객들은 숙소와 미술관을 쉽게 오갈 수 있으며, 특히나 미술관의 폐장 시간이 지나도 나가지 않고 머물 수 있다는 것과 어둠이 내려앉은 야심한 밤에도 마음껏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베네세 하우스만이 갖는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건물 바깥에도 이어지는 예술품과 주변 자연의 조화는 미술관과 숙박 공간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더 나아가 주변 자연 풍경 속에 녹아진 ‘경계 없는’ 미술관의 형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2. 아티스트의 손길이 닿은 특별한 호텔
미술관과 숙소가 공존하는 것만큼 흥미를 유발하는 또 다른 형태의 호텔은 바로 아티스트가 직접 공간 기획에 참여한 경우입니다. 이는 일반적인 전시처럼 큐레이터에 의해 예술 작품이 전시장에 설치되는 것과는 다르게 아티스트들이 직접 공간 기획에 참여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는 숙박 시설이라는 공간을 통해 작가의 사고방식과 작품 세계를 직접적으로 엿볼 수 있어 유의미하게 여겨집니다.
데미안 허스트의 팜 카지노 리조트
데미안 허스트의 나비 문양으로 꾸며진 팜 카지노 리조트 스위트룸 전경 (사진 출처: https://www.dezeen.com)
동물의 사체를 작품으로 미술계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떠올랐던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1)는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팜 카지노 리조트(Palm Casino Resort)의 스위트룸을 직접 디자인했습니다. 팜 카지노는 그 외에도 앤디 워홀(Andy Warhol), 장 미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 등 현대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공간 기획에 참여한 곳으로, 두 달 전 새롭게 공개된 데미안 허스트의 스위트룸이 1박에 약 2억 2천5백만 원이라는 고가의 비용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투숙객은 이 스위트룸에서 데미안 허스트의 대규모 원작 6점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대표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나비 문양으로 꾸며진 침실, 카펫, 커튼, 바닥 타일 등은 마치 스위트룸 전체가 그의 작품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나비 문양도 작가의 대표적인 아이콘이지만, 아마 이 스위트룸을 찾아오는 많은 사람의 시선의 끝에는 그를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시리즈 중 하나인 ‘승자/패자(Winner/Loser)’가 있을 것입니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으로 꾸며진 팜 카지노 리조트 스위트룸 전경 (사진 출처: https://www.dezeen.com)
실제 상어의 사체를 포름알데히드라는 화학약품에 가두는 방식으로 ‘죽음’에 대한 성찰을 전하는 이 작품은 거대한 규모와 다소 충격적인 이미지로 지금껏 미술관 밖에서는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 작품과 같은 대형 설치작들을 휴식을 취하는 숙소 공간에서 가깝게 감상해보는 것은 오로지 작품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인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마주하는 것과는 또 다른 감흥을 선사할 것입니다.
뱅크시의 베들레헴 월도프 호텔
현재 최고 경매가를 보유한 데미안 허스트 만큼 작품과 작가의 신상에 대해 궁금한 작가가 있다면 바로 영국의 익명의 작가, 뱅크시(Banksy)가 있습니다. 사회 비판적인 작품활동을 하는 거리의 미술가로만 알려진 채 작가의 신상에 대한 정보는 전혀 알려지지 않아 미스터리한 뱅크시는 2017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가장 극렬하게 대립 중인 베들레헴이라는 도시에 개인 자산으로 호텔을 오픈하며 이전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월도프 호텔 숙소 전경 (사진 출처: http://walledoffhotel.com)
뱅크시가 오픈한 ‘월도프 호텔(walled off hotel)’이란 이름은 그 발음이 매우 유사한 뉴욕의 월도프 호텔(Waldorf)을 패러디한 것으로, 창밖으로 보이는 이스라엘 장벽을 시사합니다. 더불어 호텔 곳곳에는 이스라엘과 분쟁 중인 팔레스타인의 현실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습니다. 이스라엘 국경 경찰과 팔레스타인 남자가 베개를 들고 싸우는 침실의 벽화나 공동시설을 가득 채운 보안 카메라 CCTV들은 팔레스타인의 비참한 현실을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신비스러운 뱅크시의 작품들로 가득 찬 공간을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그런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일은 더욱 인생에 쉽게 맞이하기 어려운 순간일 것입니다.
3. 콜렉터의 수장고에서 갖는 특별한 저녁식사
아쉽게도 우리가 데미안 허스트의 스위트룸에서 하루를 보내고자 2억 원을 지불하는 것이나, 뱅크시의 벽화를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하고자 분쟁지역인 팔레스타인 국경까지 찾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사람들이 동시대의 유명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미술관에 가는 것 외에는 없는 걸까요? 다행히 아티스트가 꼭 기획에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미술품을 좀 더 편안한 공간에서 손쉽게 감상할 수 있는 장소들은 이미 우리 곁에 가깝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바로 다양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컬렉터가 자신의 소장작들로 꾸민 호텔이 그것입니다.
컬렉터의 소장품으로 꾸며진 호텔 복도 (사진 출처: https://www.tripadvisor.co.uk)
뉴욕 맨해튼 소호 인근에 위치한 그래머시 파크 호텔(Gramercy Park Hotel)은 박물관 급의 미술품 컬렉션을 자부하는 호텔로, 앤디 워홀, 키스 해링(Keith Haring) 등 대가들의 작품이 호텔 곳곳에 전시되어 있으며, 예술 작품들은 큐레이터에 의해 주기적으로 바뀌어 관광객과 투숙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래머시 파크 호텔 외에도 파블로 피카소의 ‘투우사(Toros)’ 시리즈가 있는 싱가포르의 세인트 레지스 호텔(St. Regis Hotels & Resorts), 고흐, 고갱, 모네의 진품 명화들과 더불어 등의 진품 명화와 더불어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데일 차후리(Dale Chihuly)의 작품이 호텔 로비 천장에 설치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벨라지오 호텔(Bellagio Hotel) 등 높은 유명세와 가치를 겸비한 미술 작품들을 앞세워 운영되는 호텔들이 세계 곳곳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호텔의 미적 감각과 유명세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호텔을 방문하는 투숙객들의 하루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컬렉터의 소장품으로 꾸며진 호텔 로비 (사진 출처: https://www.p-city.com)
이와 같은 현상은 해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수준 높은 소장품으로 꾸며진 호텔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인천의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외 작품들부터 국내 전도유망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거대한 호박 모형으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くさまやよい)의 설치 작품,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이탈리아 작가 맨디니(Alessandro Mendini)의 프루스트 의자, 극사실적인 물방울 모양 이미지로 유명한 김창열 작가의 작품까지 호텔에 전시된 예술품은 하나의 예술 단지를 형성하며, 굳이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작품 감상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앞서 살펴보았던 사례들은 모두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과 호텔이 결합된 복합적인 공간들이었습니다. 작품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건물 내외를 꾸미며 호텔의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숙박 시설을 기획함에 있어 예술 작품이 가진 힘은 무엇일까요? 최근 호텔산업은 미술품 컬렉션으로 호텔 내부 공간을 꾸미고 홍보하는 ‘아트마케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예술이 갖는 가치로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마케팅 전략은 실제로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매출 증대를 일으켜 호텔산업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 미술품을 이용한 아트 마케팅을 도입하는 추세입니다. 기술과 같은 실용적인 영역에만 집중하던 방식에서 소비자의 감성적 니즈를 파악하고 충족시키고자 하는 방식으로의 변화는 특수한 계층과 지역, 공간에서 소비되었던 예술을 일반 소비자도 일상에서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더 이상 격식 있는 옷차림으로 새하얀 벽면으로 둘러싸인 ‘화이트 큐브’ 공간의 기준에 맞춰진 전시만을 통해 예술을 감상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찾아왔습니다.2)

보수적으로 관리 및 감상의 대상이 되던 미술은 점차 대중화되며 삶과 밀접해지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던 사례들은 이러한 미술 대중화의 일환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 중심이 아닌 감상하는 수용자 중심으로 변해가는 미술 개념이 반영된 시대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모나리자 호스트의 초대를 통해 루브르 박물관이 일깨웠던 전 세계 사람들의 열망, 즉 생활 속에서도 예술을 즐기고자 하는 열망은 이제 일반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유명 호텔의 스위트룸이나 로비뿐 아니라 가정집과 카페, 사무 공간 등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에 미술 작품을 더함으로써 삶의 질을 한층 더 높이는 것은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은 아닐 것입니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세요. 여러분들의 삶에도 한 발짝 예술이 다가왔음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1) 윤의향, 『나오시마(直島)프로젝트 중 베네세 하우스 공간에 나타난 장소특정성에 관한 연구』, 「조형디자인연구」Vol.19, 2016
2) 두경미, 『아트마케팅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 동국대학교 석사논문, 2014
3) 성민우, 『미술의 대중화 의미와 양상에 관한 고찰』, 「미술교육논총」 vol.24, 2010
용어해설
1) 데미안 허스트는 지난 2008년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단일 작가 경매인 ‘뷰티풀 인사이드 마이 헤드 포에버’를 개최하여, 1억 1100만 파운드(약 1879억원)의 경매가로 작품 판매를 하며 전세계 최고 경매가를 갱신하였습니다. (출처: http://www.damienhirst.com)
2) 화이트큐브란 현대 예술의 추상화가 증가함에 따라 20 세기 초반에 도입된 미학적 개념입니다. 바우 하우스 Bauhaus 같은 그룹의 예술가들이 색과 빛에 중점을 두어, 감상에 있어 산만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흰 벽에 작품을 설치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에서 확산되었습니다. (출처: https://www.tate.org.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