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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 곳곳을 누비며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에게 월급을 주는 기업이 있다. 공간을 제공받는 대신 작품을 내어줘야 하는 레지던시에 들어가기도 어렵다는데 꼬박꼬박 월급까지 받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자선단체가 아니다. 분명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페이스북은 예술가를 고용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둔다. 마음껏 ‘작업’하되 직원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직원들은 창작 과정을 지켜보고 작가와 대화하면서 상상력과 영감을 얻는다. 그러고 보면 이는 작가를 위한 ‘지원’이라기보다는 작가의 ‘노동’에 따른 가치에 정당한 급여를 제공하는 셈이다.
국가는 경제활동에 이바지하는 국민을 근로자로 규정하고 4대 보험을 보장한다. 직장인들은 그중에서도 직장건강보험이 가장 유용하다고 한다. 직장건강보험은 근로소득의 6%로 근로자가 3%를 내면 고용주가 나머지 반을 부담하기 때문에 지역건강보험보다 유리하다. 그러나 하루 15시간을 ‘작업’해도 직장에 소속될 수 없는 예술가들은 직장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길이 없다. 대한민국에서 예술가는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최근 만난 문화계 관계자는 예술가의 복지에 대한 주제로 대화하는 중에 “그래도 예술가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예술가의 작업을 취미생활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러한 인식이 만연하다 보니 더 많은 사회적 약자들을 뒤로 하고 예술가들을 위한 복지 혜택을 주자는 목소리에는 힘이 실리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예술가 지원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으나, 보다 지속가능한 형태로 예술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프랑스의 건축법을 따와 만든 ‘건축물 미술장식제도’가 있었다. 일정 이상 규모의 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비용의 1% 정도를 미술품 구매에 써야 한다며 소위 ‘1%’ 법이라고도 불리던 정책은 건축주와 예술가를 연결해주고 알선비용을 받는 ‘나까마’들의 배만 불려줬다. 결국 적은 금액으로 대충 세워진 조형물은 도시의 공해가 되었고 작가들에게 돌아간 혜택도 거의 없었다. 이후 선택적으로 기금을 낼 수 있도록 개정했으나 정책의 효과는 여전히 의문이다. 부의 재분배를 통한 예술융성정책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연소득 일정 이상의 기업들이 페이스북처럼 예술가를 고용하도록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국가가 하기 어렵다면 예술을 사랑하는 기업들이 먼저 나선다면 어떨까. 아니, 예술 사랑과 무관하더라도 기업은 급여 제공 이상의 가치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고용한 작가들의 창작물은 후대에 남아 중요한 유산이 될 수도 있다. 15세기, 은행업을 했던 메디치 가문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꽃을 피웠듯이, 현대판 메디치의 부활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