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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에서 방영 되었던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와 서울미술관 기획의 «사임당, 그녀의 화원»展은 다시금 신사임당의 존재를 환기시켜 주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일부 신화화 된 요소에 대해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신사임당은 허난설헌과 함께 우리나라 역사 상 최초로 여성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다진 인물임에 확실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여권이 주목받는 이때, 여성 작가의 선구자이던 심사임당을 비롯하여 최욱경, 천경자, 김수자 작가를 중심으로 남성 위주의 한국 화단에서 여성으로서의 강한 자의식을 바탕으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여성 작가를 재조명하고자 합니다. 이들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살펴보고 우리나라 미술 발전에 어떠한 밑거름이 되었는지 분석해보는 것은 시의 적절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신사임당, 여성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다
‘율곡 이이’, ‘서화가’, ‘시인’, ‘현모양처’, ‘효(孝)’ 등 신사임당(1504년 ~ 1551년)과 연관된 단어들은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단적으로 나타냅니다. 사대부 집안 출신의 신사임당은 문학과 그림에 천부적인 소질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자녀를 대학자이자 정치가로 길러내어 오늘날까지도 훌륭한 어머니의 표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후대 역사학자들과 남성들의 시각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신사임당은 ‘현모양처’라는 말로 상징되는 유교적 여성상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개척하였습니다. 결혼 후에도 남편의 동의를 구해 친정에 머물며 부모를 모시거나 아버지의 3년 상을 치르고, 셋째 아들인 이이를 출산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는 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로서의 삶은 친정과 시댁 가족들의 배려와 도량뿐 아니라 ‘현부(賢婦)’나 ‘현모’라는 전통적인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여성 작가로서의 자의식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사임당, <묵란도>, 서울미술관
어린 나이에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따라 그렸다는 기록이 있는 신사임당의 작가로서의 재능은 그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작품들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서울미술관이 구매한 후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한 <묵란도(墨蘭圖)>는 필선과 농묵, 담묵의 조화에서 신사임당 특유의 감수성과 섬세한 표현이 드러납니다. 전체적으로 좌우대칭을 이루는 안정적인 구도와 서로 다른 종류의 풀과 꽃, 벌레들이 이루는 변주와 조화가 돋보이는 세련된 작품입니다. 작품 상단에는 그의 작품에 찬사를 보낸 17세기의 학자 우암 송시열(1607∼1689)의 글귀가 보입니다.
신사임당, <초충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작품들 중에서는 <초충도>가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채색화는 총 8점으로 구성된 병풍 중 한 작품입니다. 풀의 선적인 요소와 열매의 덩어리감이 조화를 이루고 서로 역을 이루는 나비의 배치가 전체적인 구성에 리듬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여치, 개미, 벌 등의 미물을 탁월하게 묘사하여 신사임당의 표현력과 함께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천경자와 최욱경, 근대기의 여성화가의 위상을 높이다
일제시대와 해방 이후 근대를 거치며 평생 작업 활동을 이어가며 한국 화단에 이름을 남긴 여성 화가들에는 나혜석, 박래현, 천경자, 최욱경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외국 유학이나 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으로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하고, 근대 이후 여성 작가들의 활동 가능성을 제고하는 데에 이바지한 천경자와 최욱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좌 : 박래현, <노점>, 화선지에 먹과 채색, 1956
우 : 나혜석, <선죽교>, 목판에 유채, 23x33cm, 1933
1) 천경자
환상적인 색채와 꽃, 뱀, 새와 같은 판타지적 도상으로 작가로서의 스타일을 확립한 천경자는 평생에 걸쳐 여인상과 자화상, 여행지의 풍경을 주된 소재로 작업에 몰두하였습니다. ‘현대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이라는 천경자에 대한 평은 비단 그의 자유로운 삶에 국한된 명제가 아니라 전통 채색화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도, 그리고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강렬한 여성상을 그린 독자적인 화풍을 모두 아우르는 것입니다.
좌 : 천경자, <길례언니>, 종이에 채색, 33.4×29cm, 1973
우 : 천경자, <알라만다의 그늘Ⅱ>, 종이에 채색, 94×130cm, 1985
천경자의 이러한 화풍은 주로 여성으로서의 삶에 녹아 있는 ‘한(恨)’과 고독의 정서를 기반으로 자신과 주변 인물들을 재해석하고 이국적 소재, 자연의 아름다움, 자신의 일상 등을 화려한 색채로 표현한 것에 기인합니다. 작가에게 여성의 삶은 억압적인 현실이었고 이에 대한 저항 의지는 자화상에 섬뜩함과 광기와 환상으로 표현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여성상과 함께, 맥락을 알 수 없는 추상화된 배경은 초월적이고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인물을 가져다 놓음으로써 현실과 환상, 강요와 욕망의 중의적인 의미를 띠고 있습니다.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종이에 채색, 42×34cm, 1978
한편, 천경자의 작품에 서린 한(恨)은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여성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슬픔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정서로, 단순히 슬픔이나 원한을 의미하기보다 작품 활동의 원동력이자 강한 자의식의 표상이기도 합니다. 천경자가 애착을 가졌던 작품 <길례언니>와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등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여성으로서의 자의식, 여성 작가로서의 가능성과 당대의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동료와 후배 작가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2) 최욱경
근대 이후 외국문화와 학문의 영향을 받으며 독자적인 화풍을 발전시킨 여성 작가를 장르의 특성에 따라 나눈다면 동양화에서는 천경자를, 서양화 부문에서는 최욱경을 들 수 있습니다. 그는 당대에 ‘남자 같은 여류 화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남성 위주의 미술계에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하였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나 정치적인 목소리를 작품에 담기도 하고 미국에서 유학하며 발전시킨 추상표현주의와 색채 추상에 대한 감각을 가감 없이 발휘하였습니다.
최욱경, <나는 세 개의 눈을 가졌다>, 캔버스에 종이 콜라주/잉크, 1966
그중, 미국 유학 중인 1966년에 그린 <나는 세 개의 눈을 가졌다>라는 작품에는 유색인종으로서, 여성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불안감을 투영하였습니다. 세 개의 눈을 가진 듯한 기묘한 인물을 통해 육안(肉眼), 심안(心眼), 영안(靈眼)으로 세상을 보아야 하는 예술가로서의 욕망과 소명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좌 : 최욱경, <영광 Glory>, 아크릴/잉크/종이 콜라주, 1960년대 추정
우 : 최욱경 <자화상, 푸른 모자를 쓰고>, 종이에 파스텔, 1967
또한 마흔 여섯에 요절하기까지 500여 점의 작품을 남긴 최욱경은 다수의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미국 유학 시기인 60년대와 귀국 후 성공적인 개인전을 가진 70년대 초반, 다시 미국에서 활동한 70년대 후반과 같이 자신의 환경에 변화가 생길 때 주로 자화상을 많이 남긴 것은 자기애가 강한 작가의 불안감을 담은 것으로 평해지기도 합니다.
김수자, 여성성과 지역적 정체성을 말하다
앞서 살펴본 미술가들이 활동하던 시기와 사회적 상황이 많이 변화한 오늘날에도 여성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주제의식으로 삼는 작가들은 있습니다. 한국 출신의 작가로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 전시를 하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고 평론에 오르내리는 김수자(1957 - )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좌 : 김수자, <땅과 하늘>, 천을 꿰매고 그 위에 드로잉 채색, 1984
우 : 김수자, <보따리 트럭(Bottari Truck_Migrateurs)> 1997
김수자는 이불, 보자기, 바느질 등 전통적인 오브제와 기법을 작품에 활용합니다. 이와 같은 요소는 개울에서 이불 빨래를 하거나 넓은 천에 물건을 싸 보따리를 만들어 머리에 이고 다니던 근대 이전 한국 여인의 모습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킵니다. ‘바느질’이라는 여성의 노동과 일상적인 일, 현대에 와서는 가치를 잃어버린 활동에 부여된 예술적 가치가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의미는 과거와 현대의 여성을 이어주는 매개체일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김수자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보따리’는 물건을 싸고 묶는 기능적인 의미를 넘어, 작가의 지역적 정체성인 한국과 그에 속한 개개인의 다층적인 역사를 상징하는 철학적인 개념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젊은 여성 작가들의 자신에 관한 이야기
오늘날에도 젊은 작가들은 강한 자의식에 기반을 두며 정체성을 화두로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자기 자신의 감정과 서사를 작품으로 풀어내는 작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다희 작가는 음악과 회화를 융합하는 작업을 통해 한 화면 안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감각인 시각, 촉각, 청각의 조화를 실험합니다. 시각적인 선율, 촉각으로 감상하는 악보를 구현한 작품들은 일반 사람들에 비해 청력이 좋지 않은 자신의 특성에 기인한 것입니다. 수채물감을 활용해 색의 물방울을 떨어트려 음표에 고이게 하거나 천에 실을 수놓아 오돌토돌한 느낌을 주어 음악의 리듬, 멜로디, 강약을 묘사하였습니다.

J.Pachellbel_Harmony of Canon in C Major

이다희

28x28cm (5호)

J.S.Bach-Prelude in C-Sharp Major, BWV 848 played by Glenn Gould

이다희

56x56cm (15호)

김유림 작가와 안솔지 작가는 다양한 여행지의 풍경 안에 자신의 감정을 담아 독자적인 감수성을 펼쳐 보입니다. 김유림 작가의 작품에서 파랑은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색채 요소이자 자아 정체성의 표상입니다. 제주 출신의 작가는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을 가진 지역적 배경과 피카소의 청색시대 작품에서 얻은 개인적 영감으로 작업하며, 여행지의 모습을 재해석합니다.

안솔지 작가는 여러 공간에 머물며 ‘이주’와 ‘다양성’의 세계에 살아가는 한 구성원으로서의 경험에 초점을 맞춥니다. 여행을 다니거나 이주를 통해 여러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현대인에게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특유의 서정적인 감수성으로 감상자들에게 자신의 내적 문제를 마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BlueHole. no-14

김유림

53x72cm (20호)

사려니 숲 No-5

김유림

73x91cm (30호)

오늘날 여성 작가들이 자유롭게 누리는 자아에 대한 고민과 표현은 앞선 세대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이상과 강한 자의식,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하는 예술적 재능이 있었습니다.

신사임당이 활동한 조선부터 나혜석, 박래현이 활동한 근대기까지는 여성에게 부여된 전통적인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작가로서의 재능을 발휘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그 이후 천경자와 최욱경 등은 자신의 개인적 서사를 바탕으로 작가로서 독자적인 표현양식을 구축하고 여성 작가의 사회적 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시대 작가인 김수자에 이르러서는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을 한국과 세계라는 지역적 특성과 연결하여 다양한 표현 매체를 통해 선보이고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한국 화단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화두로 삼는 젊은 여성 작가들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여성 작가들의 역사와 함께 넓은 맥락에서 바라보는 것 또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윤금순, 『여성작가 4人의 삶과 예술에 대한 고찰 - 페미니즘적 연구를 중심으로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4
2017-01-25, 아주경제, “설맞이 전통 체험은 역시 박물관…신사임당 묵란도·초충도 '눈길”' (http://www.ajunews.com/view/20170124132020922)
권경아, 「천경자의 여인상 연구 - 시기별 특징과 변화를 중심으로」, 한국근현대미술사학, 2016
김정복, 「한국 색채추상을 개척한 최욱경의 작품세계」, 2016.10, PUBLIC ART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신사임당 [ 申師任堂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60271&cid=46622&categoryId=46622
[1] 윤금순, 『여성작가 4人의 삶과 예술에 대한 고찰 - 페미니즘적 연구를 중심으로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4
[2] 2017-01-25, 아주경제, “설맞이 전통 체험은 역시 박물관…신사임당 묵란도·초충도 '눈길”' (http://www.ajunews.com/view/20170124132020922)
[3]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나혜석은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로 진보적인 여성관과 자유사상을 표방하였습니다. 미국과 유럽을 여행하며 영향을 받아 작품에 초보적인 서양화 기법을 구사하기도 하며,주제로는 향토적인 색과 풍경, 서민의 삶, 그리고 여성으로서 받는 억압과 차별 등을 재현하였습니다. 운보 김기창의 아내로도 유명한 박래현은 작품 소재로 여성을 주로 다루었고 모성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당대의 어머니상,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모성신앙을 부각시켰습니다(윤금순, 앞의 책에서). 김기창에 결코 뒤지지 않는 양질의 작업활동은 여성 작가로서의 자의식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후대의 미술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박래현의 대표적인 후배 작가로 천경자를 들 수 있습니다.
[4] 권경아, 「천경자의 여인상 연구 - 시기별 특징과 변화를 중심으로」, 한국근현대미술사학, 2016
[5] 윤금순, 앞의 책에서
[6] 김정복, 「한국 색채추상을 개척한 최욱경의 작품세계」, 2016.10, PUBLIC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