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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미국의 보스턴 미술관에서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작품 <기모노를 입은 카미유(Camille in Japanese costume)>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기모노 차림을 따라하고 작품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했으나, 아시아계 시위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취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시위자들은 이 이벤트가 동양인을 기묘한 존재로 정형화하는 인종차별적인 사상을 드러내어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부추긴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 이벤트가 19세기에 존재했던 일본 문화에 대한 유럽의 열광을 풍자한 것일 뿐이라 주장하며, 보스턴 미술관을 향해 ‘별 것 아닌 일에 모욕감을 느끼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굴복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artnet'news, 「Outrage at Museum of Fine Arts Boston Over Disgraceful “Dress Up in a Kimono” Event」, Brian Boucher, 2015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동양에 대한 서구의 관심은 18세기에 이르러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라는 용어로 개념화 되었고, 그 의도와 표현 방법에 있어 많은 논쟁을 초래하여 왔습니다. 여러 서적과 연구를 바탕으로 일각에서는 이러한 태도를 경계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는 오리엔탈리즘의 정확한 의미를 모른 채 관련 이미지나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바탕으로 이번 미술이야기에서는 오리엔탈리즘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우리에게 익숙한 이 단어가 과연 올바르게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의 탄생과 의미의 변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의 ‘오리엔트(Orient)’는 라틴어로 ‘해가 뜨는 방향’, 즉 동쪽을 의미하는 ‘오리엔스(Oriens)’에서 유래 되었습니다. 로마 시대 때 오리엔트는 제국 내의 동방 지역과 제국 외부의 동쪽 지역을 아우르는 용어였습니다. 이후 유럽 국가들이 자신들을 해가 지는 서방을 의미하는 옥시덴스(Occidens)에서 파생된 옥시덴트(Occident)라 구분지으며, 오리엔트는 아시아 전반에 걸친 지역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공식적으로 오리엔탈리즘은 1312년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지의 몇몇 대학에서 아라비아어, 히브리어 등의 언어와 관련된 강좌를 개설되면서 학문의 형태로 드러났습니다. 이후 17세기에는 오리엔탈리즘이 당시 서양의 무역과 선교의 대상이었던 인도와 중국 등의 법과 관습을 파악하기 위한 언어적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에 영향을 받아 당시의 ‘오리엔탈리스트(Orientalist)’는 단순히 동양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학자를 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습니다.
오리엔트의 지리적 영역과 왜곡된 이미지
출처 : wyattfamilyreunion.com, 「Map Of The Oriental Countries」
18세기에 접어들며 유럽에서는 아시아 국가들을 식민지화하여 자원과 노동력을 약탈하려는 제국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이에 따라 아시아 지역에 대한 호기심과 정복욕을 미술 작품에 투영하게 되었고, 그 결과 오리엔탈리즘은 주로 서구인의 시각에서 아시아의 이미지를 재현한 미술 작품들을 지칭하게 되었습니다.1)
명화 속에 드러난 오리엔탈리즘
1978년 발간된 <오리엔탈리즘>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 1935~2003)는 서구 국가들이 동양 국가들을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이 책은 오리엔탈리즘의 논의에 있어 화두에 오르며 연구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장 레옹 제롬(Jean-Léon Gérôme), <뱀 부리는 사람(The Snake Charmer)>,1883
<오리엔탈리즘>의 표지에 활용되어 유명해진 작품, 장 레옹 제롬(Jean-Léon Gérôme)의 <뱀 부리는 사람(The Snake Charmer)>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이러한 주장을 잘 나타냅니다. 나태한 표정으로 벌거벗은 소년의 묘기를 구경하고 있는 작품 속 터키군인들은 게으르고 문란해보이도록 묘사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장 레옹 제롬은 목욕을 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나 노예시장에 대해 묘사한 작품들을 통해 동양에 대한 유럽의 통제욕와 지배욕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폴 고갱(Paul Gauguin), <Baby(Nativity Of Tahitian Christ)>, 1896
강렬한 색채 실험으로 주관적인 감정을 나타내어 20세기 미술을 선도하였다고 평가받는 폴 고갱(Paul Gauguin) 역시 오리엔탈리즘 성격이 드러나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Baby (Nativity of Tahitian Christ)> 작품에서는 폴 고갱이 타히티에서 만난 원주민들에게 도리어 기독교 상징을 덧입힌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구간 앞에서 태어난 아이와 그를 축복해주는 천사의 모습은 예수의 탄생 순간을 연상시키는데, 이러한 묘사는 작품 속에서 대상의 본모습을 제거하고, 서구 중심적인 사상을 주입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오리엔탈리즘에 관한 인식
2002년 미국에서는 신호범 전 워싱턴 주 상원 의원에 의해 최초로 ‘오리엔탈 용어 사용 금지 법안’이 통과 되었습니다. 이어 지난 2016년부터는 연방 법규와 공문서에서 오리엔탈 이라는 단어 사용을 금하고, 대신 ‘아시안(Asia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2) 미국의 의원들은 앞다투어 오리엔탈이라는 단어가 특정 인종과 민족을 비하하는 시대착오적인 단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용어가 가지고 있는 왜곡된 인식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아직 인테리어나 패션 업계뿐만 아니라 대학에서까지 오리엔탈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흔히 보이는 잡지나 광고에서는 ‘오리엔탈풍’, ‘오리엔탈 무드’와 같은 수식어를 마치 세련된 고급 취향인 양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 예술 관련 대학들에서도 동양화과의 영문 표기를 ‘Oriental Painting’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리엔탈 무드를 표방하는 인테리어
앞서 작품을 통해 살펴보았듯 오리엔탈리즘은 서구를 기준으로 그 외의 지역을 타자화 하여 하나로 포괄하고 그곳의 사람들을 실제와 다르게 왜곡하여 표현하곤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오리엔탈이라는 지역 안에 속하는 각국의 문화와 예술이 보여주는 고유한 개성들이 무시당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태도는 비서구권을 열등한 것으로 상정하여, 문명화의 대상으로 보거나 통치 받아야 하는 존재로 그리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냅니다.

하지만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의 폐해를 인지하고 개선을 시도해야 할 한국에서 오히려 이 단어를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곳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설명하거나 표기할 때 오리엔탈 페인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우리는 단지 익숙하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개성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할뿐더러 평가 절하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 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술의 표현 방법이 다원화 되고 각자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시 되는 현시대에 특정 지역이나 인종을 폄하하는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행위는 분명히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용어해설
1) <오리엔탈리즘 예술과 역사(Orientalism: history, theory and the arts)>의 저자 존 맥캔지(John MacKenzie)는 ‘오리엔탈리즘은 본질적으로 미술사적 용어’라고 말합니다.
참고문헌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 에드워드 사이드, 2015
《오리엔탈리즘의 예술과 역사 (Orientalism : history, theory and the arts)》, 존 맥켄지, 2006
《근현대 한국미술과 ‘동양’ 개념》, 정형민,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