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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고해정, 오픈갤러리 학예팀
그림을 쉽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미술 감상 교육
미술관에 갔을 때 작품에 온전히 집중하기보다 작품 제목이나 설명을 먼저 읽고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으셨나요? 미술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막상 미술관에 가면 어떻게 그림을 봐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사실 미술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잡지, 영화, 광고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시각 매체들을 통해 우리는 무의식중에 ‘보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여전히 미술을 감상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곤 할까요?

이번 미술이야기에서는 학교 미술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미술 감상 교육을 중심으로 그 원인과 대안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미술 감상 교육에 대해 살펴보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작가의 의도를 유추해낼 수 있는 방법과 보는 눈과 생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미술 감상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그리기’만을 가르치는 현실
미술 감상 교육은 문화를 이해하고 사회 현상을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합니다. 미술의 언어를 익히는 것은 편견 없이 작품을 바라볼 마음의 자세를 갖추는 것입니다. 문화에 대한 이해와 감상 능력은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는 시각문화 이미지들을 바르게 이해하고, 비판적인 분석과 평가를 통해 재인식 · 창조하는 능력인 시각적 해독력(visual literacy)1)을 키울 수 있기에 중요한 교육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초·중·고 시절의 미술 시간을 떠올려 보면 ‘그림 그리는’ 수업이 주로 생각날 것입니다. 창의력을 증진하는데 있어서, 학교 미술 시간에는 창작과 표현 위주의 수업을 하였기에 우리는 미술 감상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또한 오직 시험을 위해, 미술에 대한 일방적인 설명과 이해를 주입시키는 교사 주도형 수업이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렇듯 학교 현장의 교수 방법들은 다소 정형화되어 있기에, 보다 참신하고 다양한 미술 감상 교수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미술 감상 교육은 단순한 미술사적 정보와 암기에 그쳐서는 안 되며, 미술 작품을 선택하고 의미와 가치를 판단하려는 노력을 통한 학습자 중심2)의 주체적인 교육으로써 접근해야 합니다. 즉, 관습화되지 않은 다양하고 주관적인 ‘학습자’의 관점이 미술 감상 교육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학교 미술 감상 교육, 펠드먼의 4단계 감상법
최근의 감상 학습은 보다 자발적이며 직관적인 반응으로 작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갖도록 하는 비평 학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중 학교에서는 일반적으로 미국의 미술 교육자인 펠드먼(E.B.Feldman)이 정립한 ‘펠드먼의 비평 4단계’를 바탕으로 미술 감상법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펠드먼의 비평 양식의 근본적 구조는 서술, 분석, 해석, 평가로 나누어지는 단계적인 비평 절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행복한 눈물>, 캔버스에 마그나펜, 1964
한 예로, 펠드먼의 비평 4단계를 적용하여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의 작품 중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행복한 눈물(Happy Tears)>을 감상해 보겠습니다.
펠드먼의 비평 4단계는 미술작품에 대한 분석과 의미 해석을 가치 판단의 활동으로 보고 궁극적으로는 미적 가치를 내면화하고 애호하게 합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만의 분석에 비중을 두어 학습자의 주관적 판단이 경시될 수 있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이에 비평 원칙만을 고수하기보다는 다양한 감상 방법의 적용과 펠드먼의 비평 단계를 보완할 감상 교육의 제안이 필요합니다. 학습자의 역할이 중요시 여겨지는 현재 교육 현장에서 펠드먼의 비평 단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학습자 중심의 주체적인 감상 교육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미술품 경매 활동을 통한 감상 교육
앞서 이야기한 펠드먼의 비평 4단계를 보완하기 위해 오늘날 미술교육 현장에서 활용되는 감상 교육 방법 중 하나로 가상 미술품 경매 활동이 있습니다. 미술품 경매 활동은 미술품에 대한 이해와 분석에서 나아가 작가와 작품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게 하여 감상 학습의 적합한 방법론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감상 수업에서 미술품 경매의 활용은 펠드먼의 비평 단계에 따른 단순한 감상 학습에서 벗어나, 학습자가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매개가 될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 「Career Profile of Art Auction House Administrator」, Susan Kendzulak, 2017-07-16
실제 수업 모형을 개발하고 설문을 진행한 연구를 토대로 감상 학습에 연결한 경매 활동의 교육적 효과를 알아보겠습니다. 가상 미술품 경매 활동은 경매사와 응찰자의 두 가지 역할로 나눠 진행하며, 학생들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경매 진행 방식과 미술품에 대한 지식을 학습합니다. 경매 활동에서 미술품의 최종 낙찰 가격은 참여자들의 가치 판단에 의해 예상하고 응찰하게 합니다. 활동이 끝난 후 교사는 학생들이 응찰한 작품의 실제 낙찰 가격을 알려주며 미술품 가치 판단의 기준과 감상법에 대해 살펴봅니다. 다음은 활동 시 배부한 경매 활동지의 문항입니다.
경매 활동 수업 후 설문한 결과에서는 참여자의 69%가 흥미로웠고 반드시 필요한 수업이었다고 응답했으며, 80% 이상의 학생들이 미술품 가격을 아는 것이 미술 감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습니다. 기존 감상 교육은 단순한 지식 중심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만 그쳐, 학생들이 지루하게 느끼고 감상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가 미흡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직접 경매사와 응찰자가 되어 미술품의 가치를 판단해 보는 감상 수업은 학습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학습 동기를 갖게 하여 자연스럽게 미술을 향유하는 기쁨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접근성이 낮은 미술품 경매 현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봄으로써 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학습할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이야기하자, 대화 중심 미술 감상 교육
대화 중심 미술 감상법은 교사와 학생이 대화를 통해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입니다. 미술관 교육에서 대화를 통한 학습의 형태로 시작된 아레나스(Amelia Arenas)의 대화 중심 미술 감상법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질문들로 열린 대답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감상법은 학교나 미술관에서 행하는 해설 중심 감상법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하여, 작품에 대한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존 감상 교육과 달리 감상자와의 대화를 통해 작품의 의미를 형성해 나가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실제 대화 중심 미술 감상 수업을 진행하여 학생들의 감상 관점을 정리, 분석한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기에 적합한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나와 마을(I and the Village)>을 감상해 봅시다.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나와 마을>, 캔버스에 유채물감, 1911
교사는 이와 같은 열린 질문을 통해 학생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많이 주고 사고를 촉진시키는 한편 학생들 간의 이야기를 통합하며 학습을 정리합니다. 정확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던 기존 감상 수업과 달리, 이 감상법은 감상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다양한 시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활동은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여 학습동기 또한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직접 작품을 감상한 것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타인의 관점이 다름을 이해하고 새롭고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미술 교과는 타 교과와 다르게 정해진 답이 없는 교과입니다. 그러므로 미술 시간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미술이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 아닌, 즐겁게 체험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감상 활동에 대한 호기심을 열어주어 학생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제고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학교 현장의 교사는 학습자의 자발적인 참여도를 이끌어내어 작품을 감상하는 관점을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감상 방법을 활용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본 글에서 제시한 학습자 중심의 주체적인 교육과 같이, 앞으로의 미술 감상 수업에서 교사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표현에 대해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로 다양한 미술 감상 활동을 개발할 것을 기대해 봅니다. 나아가, 이러한 교육과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미술 작품을 보다 폭넓게 감상하고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용어해설
1) 시각적 해독력(visual literacy)은 20세기 중반 존 데베스(John Debes)에 의해 제안된 용어로 정보를 이미지의 형태로 해석하고 협의하여 의미를 만들어내는 능력입니다. 이미지는 “읽힐 수 있다” 라고 하는 이 의미는 읽기의 과정을 통해 소통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2) 학습자 중심 교육은 로저스(Rogers, C. R.)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학습자가 교육의 주체적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 자료
이성도 외 (2006). 미술 교육의 이해와 방법. 서울: 예경.
Feldman, E. B. (1979). 미술의 구조적 이해. 열화당.
한국조형교육학회 (2016). 미술 교육의 기초. 교육과학사
정현철 (2006). 미술관 탐구 프로그램 “미술 읽기”. 한국교육개발원.
박형주 (2016). 미술품 가격 책정의 이해를 위한 미술 옥션 프로그램 개발 연구:고등학교 미술 교육을 중심으로.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청구논문.
안금희 (2003). 감상 수업에서 언어의 매개적 기능에 관한 이론적 기초 및 교수법 연구. 미술교육논총 16집.
박휘락 (2003). 미술 감상과 미술 비평 수업. 서울: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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