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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는 material을 말하는 미술 용어인 ‘마티에르(matière)’는 재료, 재질, 소재를 뜻하는 말로 대상의 고유의 재질감을 가리키기는 말인 동시에, 작품 표면의 울퉁불퉁한 질감 혹은 작가의 필치나 물감에 따라 야기되는 화면의 표면 효과를 통해 얻는 미적 효과를 의미합니다.
(왼쪽부터) 수채화 / 수묵화 / 유화의 예시
각각의 그림에서 서로 다른 질감을 확인할 수 있다
회화 미술의 경우, 마티에르는 주로 후자의 의미로 사용되곤 하는데요. 수채화 · 수묵화 · 유화 등은 각각 화면 상에 느껴지는 재질감이 다르고, 또 같은 유화 작품일지라도 작가 특유의 필치에 따라 서로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작가는 보다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마티에르를 하나의 회화적 효과로써 선택하기도 합니다.
유화와 마티에르
다양한 그림 중에서 마티에르의 특징을 가장 잘 구현하는 것은 바로 유화일 것입니다. 유화는 물감의 성질상 두께를 조절하여 칠할 수 있고, 물감이 마른 뒤에는 그 위에 덧칠을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칠하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질감을 표현할 수 있는데요. 풍부한 마티에르를 구현하기 위해 작가들은 흔히 다양한 붓 터치와 함께 물감을 층층이 쌓아 올리거나 혹은 팔레트 나이프로 작업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화에서 보이는 마티에르의 예시
여러 가지 색을 겹쳐 바르거나, 다양한 붓 터치를 사용하여 마티에르를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유화는 다른 장르의 작품보다 마티에르를 구성하기 용이한 면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의미 있는 마티에르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감에 대한 이해와 그것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앵포르멜과 마티에르
마티에르에 대한 관심은 근대미술 이후로 점점 높아졌고,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등장한 앵포르멜 화가들이 안료를 화면에 두텁게 바르거나 모래 등의 이물질을 물감에 섞어 바르기 시작하면서 다양하고 독특한 마티에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말로 비정형(非定形)이라 해석되는, 앵포르멜(Informel)은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새로운 회화 운동을 말하는데요. 이는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 표현주의와 다다이즘의 영향을 받아 나타난 미술사조로, 격정적이고 주관적인 호소력을 갖는 표현주의적 성향의 추상미술을 말합니다.
앵포르멜의 대표작들
(좌) Jean Fautrier, <Tête d’otage No. 14 >,1944
(중간) Jean Dubuffet, <grand maitre of the outsider>, 1947
(우) Wols, <Oui, Oui, Oui>, 1947
어떻게 보면 아름다움(美)보다는 추함(醜)에 가까운 이러한 사조가 유행했던 이유는 2차례의 전쟁을 겪으면서 유럽인들이 느꼈을 상실감과 허무감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구불거리는 선과 산란한 기호들, 물감을 뚝뚝 떨어뜨리거나 석회를 바르는 등의 방식으로 두터운 마티에르를 보여주었습니다.
국내 근대 작가들과 마티에르 : 이중섭, 박수근, 이인성
▶ 이중섭
(좌) 이중섭, <황수>, 1950s
(우) 이중섭, <부부>, 1950s
이중섭 화백의 대표 유화 작품에는 <황소>, <부부> 등이 있습니다. 이 작품들의 특징은 물감을 몇 겹의 층으로 쌓아 나이프로 긁거나, 연필로 눌러 표면에 풍부한 마티에르를 형성했다는 점인데요. 그의 절친인 박고석은 “이중섭처럼 마티에르에 민감하며 집착한 화가도 드물다"라고 회고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이중섭 화백은 가난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마티에르를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훌륭한 화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 박수근
(좌) 박수근, <빨래터>, 1950s
(우) 박수근, <나무와 두 여인>, 1950s
박수근 화백의 마티에르는 암석의 거친 표면을 연상시킵니다. 이런 독특한 마티에르를 만들기 위해 메소나이트(Masonite)라는 물질로 만든 특별한 캔버스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여러 겹의 물감층을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마티에르를 완성했는데요. 이렇게 쌓아올린 물감층이 무려 10여 개의 층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이런 두꺼운 물감층들 사이로 맨 하단의 색들이 자연스럽게 표면으로 우러나오게 되면서 박수근 화백 특유의 자연스러운 화면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 이인성
(좌) 이인성, <가을의 어느날>, 1934
(중간) 이인성, <해당화>, 1944
(우) 이인성, <애향>, 1943
조선의 향토적인 미를 구현하여 서정성이 강하게 묻어나는 작품들을 남긴 이인성 화백은 조선의 향토성을 가장 잘 구현한 선구적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그는 후기 인상주의와 표현주의 양식을 바탕으로 독특한 마티에르를 구현했습니다. 그는 거칠면서도 강한 붓 터치로 두터운 마티에르를 보여주며, 조선의 토속성을 살리는 화풍을 형성했는데요. 그의 대표작들을 살펴보면 앞선 두 화백(이중섭, 박수근)과 비교하여, 강렬한 색채와 세밀한 묘사가 큰 특징으로 다가옵니다.
마티에르가 돋보이는 현대미술 작가들
이전 시대와 비교하여 훨씬 개성적이고 다양하며 표현을 중시하는 현대의 회화에서 마티에르는 굉장히 중요한 표현 수단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때문에 오늘날의 많은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새롭고 독특한 마티에르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미술 작가의 마티에르 - 오픈갤러리 이상훈 작가
이상훈, <감각전개(感覺展開)No.35>, 두꺼운 종이에 유채, 55x39cm, 2016
이상훈 작가는 한국 추상의 근원인 앵포르멜의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색이 고르게 발린 평평한 캔버스 위에 두터운 물감을 나이프와 같은 물체로 눌러 바른 듯한 작가의 독특한 마티에르는 서정적인듯하면서, 이성적인 차가움이 동시에 느껴지게 하는데요. 작가는 이러한 작품을 통해 새로운 공간감을 창출하고, 더 나아가 감상자들에게 어떠한 응집된 에너지를 선사하고자 합니다.

감각전개(感覺展開)No.35

단이상

55x39cm (10호)

현대미술 작가의 마티에르 - 오픈갤러리 정재철 작가
정재철, <Marilyn Monroe>, 캔버스에 유채, 91x73cm, 2014
대학 시절부터 추상 표현방식에 관심이 많았던 정재철 작가는 격렬한 동작으로 붓을 휘두르거나, 캔버스를 바닥에 눕혀 놓고 물감을 뿌리는가 하면, 대형 캔버스에 물감을 스며들게 하는 방법 등을 사용합니다. 그로 인해 만들어진 강렬한 마티에르와 화려한 색감들 속에서 우리는 '낯선 얼굴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언뜻 보면 도저히 누군가의 얼굴이라고 생각할 수 없지만, 제목을 염두에 둔 채 가만히 들여다보면 때로는 가련해 보이고 때로는 거칠어 보이는 누군가의 얼굴이 연상됩니다.
현대미술 작가의 마티에르 - 오픈갤러리 김병권 작가
김병권, <Access to Sensibility>, 캔버스에 유채, 41x32cm, 2016
작품을 통해 대상에 감정을 이입시키고 일상을 재해석하는 김병권 작가는 끈질기게 유화라는 외길을 고집해 왔습니다. 작가가 보는 세상을 표현하기에 유화라는 매체가 가장 효과적이었기 때문인데요. 작가의 감정을 담은 붓 터치들이 독특한 마티에르들이 감상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Access to Sensibility

김병권

41x32cm (6호)

마티에르는 작가들 외에도 감상자에게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림을 사진으로만 접하면 작품의 마티에르를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마티에르는 '회화 작품을 왜 원화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날 미술 전시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먼저 화면 위의 거칠고 자유로운 붓의 질감을 느끼고, 그것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작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작가를 한층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