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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한 패션은 박수를 받지만 진부한 패션은 외면당한다.' 어느 패션 프로그램의 MC가 항상 하는 대사처럼, 현대의 패션계는 늘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진보한', '새로운'과 같은 수식어와 더불어 패션계가 사랑하는 단어, 아방가르드(avant-garde).

사람들은 보통 이 단어를 일반적인 관념을 뒤엎는 난해한 혹은 특이한 것을 말할 때 사용하곤 합니다. 이렇게 패션, 예술 등 장르를 불문하고 아방가르드가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새로움'이며, 나아가 일반적인 상식이나 생각을 뒤엎는 것입니다.
본래 아방가르드는 군사용어로, 전쟁에서 본대에 앞서 적진의 선두에 나가 적의 움직임과 위치를 파악하는 척후병을 뜻합니다. 척후병은 적과 싸울 때 본대 맨 앞에 있다가 적진 깊숙이 침투해서 적의 동태를 살피는 병사를 말하는데요. 따라서 척후병은 용감해야 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예민하게 파악하고 예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에게도 꼭 필요한 요소로 간주됩니다.

군대용어로 시작된 아방가르드는 이후 제1차 세계대전 끝나자 군사용어인 아방가르드는 예술에 전용(轉用) 되어 현대예술을 뜻하는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방가르드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전위예술(前衛藝術)’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가끔 패션잡지에서 보던 수식어인 ‘전위적인’이란 단어 역시 아방가르드를 의미합니다.
예술에서의 아방가르드
: 아방가르드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아방가르드가 현대미술의 정신을 대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중세까지만 해도 예술은 종교 혹은 부르주아들의 후원으로 발전해왔고, 따라서 종교적 혹은 귀족적 관점에서 발전해왔습니다. 그들은 주로 교회나 귀족들로부터 종교화, 초상화를 비롯해 그들의 공간을 꾸밀 그림들을 주문을 받고 그려주는 작업을 했는데, 이런 연유로 중세 시기 화가 자신의 예술적 자유는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세 미술의 예 : 보티첼리(1465 - 1505)가 그린 종교화와 초상화
(좌) Sandro Botticelli, <The Cestello Annunciation>, 1489 (우) Sandro Botticelli, <Portrait of a Man with the Medal of Cosimo>, 1474
그러나 근대에 접어들면서 지금과 같은 예술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게 됩니다. 드디어 예술가들은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지로 어떤 작품을 창작할지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사진이 등장은 예술을 묘사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주고, 그리하여 예술가들은 기존의 묘사 중심 예술에 저항하는 새로운 경향의 예술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기존의 예술적 기준을 부정하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예술적 경향을 아방가르드라 부릅니다. 그리고 이런 아방가르드는 현대미술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되는데요. 반(反) 아카데미즘으로 탄생한 인상주의부터, 기존의 모든 가치를 부정했던 다다이즘, 그리고 그런 다다이즘에 대한 반동으로 탄생한 초현실주의 등등. 아방가르드는 이처럼 현대미술의 정체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방가르드의 아이콘
: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앞서 설명한 대로 아방가르드는 특정의 주의나 형식을 가리키는 용어라기보다는 신시대의 급진적인 예술 정신을 의미하는데요. 때문에 당대에 급진적이라 평가받았던 미래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등 역사적으로 많은 미술가들과 미술사조들이 '아방가르드'라는 수식어를 사용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아방가르드 미술, 즉 전위적인 미술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학자들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나, 아방가르드의 특성을 체계적으로 이론화한 학자인 페터 뷔르거는 마르셀 뒤샹을 아방가르드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좌) 마르셀 뒤샹의 초상 사진 (출처: BBC) (우) Marcel Duchamp, <Fountain>, 1917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샘(Fountain)>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예술작품과는 다릅니다. <샘>이라는 작품은 작가가 직접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 아닌, '모트 워크스(Mott Works)'라는 회사가 제작한 변기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뒤샹이 작품에 한 일이라고는 (자신의 서명도 아닌 가짜의) 서명 하나를 쓰고, 그것을 전시한 것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뒤샹은 자신만만하게 <샘>을 '레디메이드'라는 형태의 예술작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뒤샹이 그러한 주장을 할 수 있었던 근거는 그가 단순한 변기 전시를 함으로써 변기에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한 것. 이것 또한 하나의 예술 활동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뒤샹의 이러한 행위는 이후 대중들에게 전시되기 위한 예술품의 조건은 무엇인가? 더 나아가 무엇이 예술인가?라는 근본적인 생각을 갖게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상업용 변기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뒤샹의 급진적이고 파격적인 생각, 그 주장 자체가 바로 아방가르드인 셈입니다.
아방가르드의 딜레마
: 영원히 전위적인 예술가는 없다
왜 현대미술은 아방가르드 미술이라고 하지 않을까? 그것은 아방가르드가 가진 태생적인 딜레마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방가르드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질서에 저항하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새로움이 영원한 새로움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기성 예술의 권위에 도전하고, 도발하고, 저항해서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내지만 이 새로움 역시 시간이 흐르면 권위의 옷을 입고 제도권 안에 정착하게 됨으로써 또다시 새로운 도발에 직면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습니다.
피카소의 그림과 그의 그림으로 만들어진 상품들 (이미지 출처 : Pinterest)
그 예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화가, 피카소의 경우를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당시의 관점에서 봤을 때 분명 피카소의 그림은 아방가르드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현재 그는 미술계에서 매우 위압적인 권위를 갖게 되었고, 그의 작품들은 다양한 매체에 공공연하게 노출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상품으로까지 제작되어 팔리고 있습니다. 즉, 피카소도 과거에는 전위예술을 한 사람이지만, 오늘날 기준으로는 전위예술가가 아닌 '기존 예술가'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존 예술을 부정한 반(反) 예술이 자 신(新) 예술인 아방가르드가 또다시 기성 예술이 되어버리는 것. 이것이 아방가르드의 숙명이자, 태생적 한계인 셈입니다.
오늘날의 아방가르드
: 다양한 것을 시도하는 도전정신
세계화, 정보화된 오늘날 시대에는 전위예술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위협받고 있습니다. 특히 무엇이든 상업화시키는 경제구조는 새로운 예술을 빠르게 진부한 것으로 탈바꿈할 뿐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힘든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예술은 과거와는 달리 단일한 기준이란 게 없어졌습니다. 과거에는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리느냐가 화가와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이었다면, 오늘날에는 단지 '다양한 것을 시도한다'라는 원칙만이 있을 뿐입니다. 비록 현대의 사회가 아방가르드 정신을 실천하기 어렵게 만들었을지라도, 오늘날의 젊은 화가들이 이러한 도전정신을 잃지 있는다면 제2, 제3의 뒤샹과 피카소가 나타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