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영 작가의 작품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실이다. 작품에서 실은 한 올의 실 그 자체로, 또는 실타래로, 또는 뜨갯것(뜨개질로 만든 물건)으로 존재한다. 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매개체이다. 씨실과 날실이 얽히며 새로운 형상과 물건을 이루는 것은 그 모든 인(因)과 과(果)가 연결된 것의 형상화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작가는 실이라는 소재를 통해 흐름과 축적, 이음과 봉합,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유미영 작가의 작품 중 뜨갯것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에서는 독특한 질감 처리가 돋보인다. 자체적으로 고안해낸 한지 반죽에 실과 손뜨개물을 활용해 질감을 표현하고 점묘법을 사용해 하나하나 점을 찍어가는 기법에서 작가가 작품 한 점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여유로운 오후 시간을 뜨개질로 채우는 어머니 곁에서 실과 바늘이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거나, 학교 수행 과제로 목도리나 모자 등을 손뜨개로 직접 떠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기계 직조가 아니라 수작업으로 한 코 한 코 실을 엮는 뜨개질은 전 세계적으로 역사가 오래된 문화이지요. 뜨갯것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포근함은 이렇게 뜨개 문화가 우리 삶에 오래도록 자리해 왔다는 사실에서 오는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뜨개질의 특성 중 하나는, 어느 한 부분이라도 빠지거나 실수가 생기면 중간에 수정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큰 흐름 안에서 얼기설기 엮인 인과와 관계를 담아낸 뜨개는 우리 삶의 모습이 형상화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포근함이 느껴지는 유미영 작가의 작품을 통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이리저리 연결된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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