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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들을 위한 드로잉>시리즈와 연장선상에 있는 일련의 작품들은 한 남자와 고양이의 관계에 대해 투박하고 위트 있는 드로잉 형태로 그려내고 있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작품들이 고양이의 시점에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남자에게 고양이는 사랑스러운 반려묘이고, 고양이에게 남자는 가족이자 남편인 것으로 보인다. 반려묘를 사랑하는 남자는 한 여자와의 만남에 고양이를 동반하고, 고양이는 남편과의 관계 사이에 갑자기 끼어든 이 낯선 여자가 달갑지 않다. 일반적으로 주인과 반려묘라는 관계는 특별할 것이 없지만, 두 대상들이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확연히 다르다는 아이러니한 상황 탓에 이 묘주와 반려묘의 관계는 흥미로운 내러티브를 선사하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가장 가깝고 친밀해야 할 관계 속에서조차 관점의 차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박후정 작가의 작품들은 관계에 있어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인 문제들을 남자와 고양이라는 스토리를 통해 재치 있게 제시하며 감상자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인간(人間)이라는 글자만 뜯어보아도, 사람은 사람과 사람 사이, 즉 관계라는 개념을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순간 수없이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또 끊임없이 관계를 형성하고 확장해나지요. 이 관계는 나를 주체로 형성되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주체와 객체가 뒤바뀌게 됩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 반려동물 등 가장 친밀한 관계 속에서도 두 개의 주체와 두 개의 객체가 존재하는 것인 만큼, 그 어떤 상황에서도 관계는 동등할 수 없고, 단일한 관점으로 해석할 수 없습니다. 박후정 작가는 이러한 관계 속의 이중성을 동화적인 내러티브를 통해 제시하며 감상자에게 관점의 환기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천천히 뜯어보며 그 의미를 곱씹어 볼수록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품들인 만큼, 작품 제목과 작품 속에서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텍스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시면서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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