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은 불에 닿으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불에 탄 뒤 남은 재는 흙이 되어 새로운 생명의 뿌리가 되고, 김지연 작가는 이 과정에서 생명의 순환과 영원성을 찾는다. 작가는 한지를 그을려 특유의 잿빛을 연출하고 먹과 함께 겹겹이 쌓아 산의 모습을 형성한다. 또, 그을음으로 이미지를 구성하는 작업은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흔적과 함께 수많은 우연성 역시 담고 있다. 이 때문에 김지연 작가의 풍경은 얇고 평평한, 흑백의 이미지이지만, 생명력이 넘치는 자연 자체를 담고 있어 깊게 느껴진다. 흑백 그림이 한국의 정서가 두드러지는 화면이라면, 컬러풀한 산수풍경은 관람자를 깊은 자연 속 어딘가로 안내하고 있어 무한한 생명력을 더욱 밀접하게 느끼게 한다.
작품의 재료는 표현 방법을 정하기도 하지만 작품 그 자체가 되기도 합니다. 불과 그을음은 김지연 작가에게 생명의 순환성과 생명력을 의미합니다. 작가는 한지를 그을리는 독특한 방법을 사용하여 고요하고 차분한 자연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흔히 접하는 초록빛이 만연한 자연 풍경은 아니지만, 어딘가 모르게 부드럽고 조용한 생동감과 생명력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이러한 그림의 힘은 작가가 선택한 한지와 먹에서 느껴지는 한국의 정서와 맞닿아 있는 것만 같습니다. 작품을 감상하실 때 한지가 그을리며 표현된 질감의 변화나 독특한 색감을 주의 깊게 관찰해보시면, 어느새 김지연 작가의 풍경에 빠져 작품 속 풍경과 하나되는 경험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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