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 작가는 사진 작업과 설치, 드로잉 작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는 드로잉 작업 시 그림을 바닥에 붙여 작업하면서 드로잉지의 외곽선을 지탱하던 종이테이프를 한데 모아 그 테이프들을 그림의 정중앙에 길게 늘어뜨려 붙였다고 한다. 작품의 주변적 기능만을 하던 테이프들이 작품 정중앙에서 작품 속 주된 요소로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이것이 작가가 주로 작업해 온 주제인 ‘관계의 다양성과 시간의 길이’와도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작가는 테이프를 작품에 스치고 문대며, 번지게 하고 녹이는 등의 과정을 통해 각기 다른 날짜에 제각각의 감정들을 작업에 기록했다. 그리곤 그 행위의 흔적들을 확인하며, 인간 존재가 가진 시간보다 흔적 속 물질적 사물인 테이프가 가진 시간이 오히려 더 긴 것은 아닌가를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작가는 행위와 사물, 흔적, 그리고 인간과 시간의 관계를 재정의해보고 있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이전과 다른 일상을 보냈습니다. 개인적으로 크게 거사를 치른 바가 따로 없었더라도, 혹은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미뤄두지 않았음에도, 그간의 시간들은 어쩐지 한순간 사라져버린 듯 모두에게 빠르고 허망했습니다.
김지혜 작가는 작업을 통해 주로 관계의 다양성과 시간의 길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작업 과정 속 스치고 문대며, 번지게 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남은 흔적들을 보며 작가는 이러한 행위와 물질적 사물들이 남긴 흔적들이, 인간이 가진 존재의 시간보다 길게 느껴질 수 있다고 연상하며 인간과 시간, 행위와 흔적의 관계에 대해 사고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항상 상대적으로 흐르고, 기억과 추억으로 남거나 사라져버리기도 합니다. 김지혜 작가의 작품과 함께 우리의 행위로 인해 남은 흔적들과 지나가는 시간들에 대해 한 번쯤 자유롭게 숙고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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