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환 작가는 불혹을 넘어서며 본격적으로 화업전선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의 최근 작품들은 ‘밤’과 모종의 결탁을 맺었다. 새까만 배경의 미니멀한 캔버스를 가득 채운 것은 도심의 풍경인데, 조명을 박아넣은 것처럼 불을 꺼도 빛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도시의 밤을 빼닮았다. 빛이 희미하게 번져 나오는 야경의 일부는 오일스틱으로 문질러서 완성한다. 즉, 작품 과정 자체로 작가닌 도심에 밤이 스며드는 시간을 보여준다. 이미지가 주가 되는 작가의 야경화는 풍경화이면서도 팝아트라 할 수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풍경과 도시의 환락을 내비치는 것이 바로 팝아트의 전유물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화려하고 인공적인 불빛에 주목하기보다, 빛이 비치지 않는 어둠의 허공에 관람자의 시선을 사로잡고자 한다.
상상력은 예술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짙은 어둠을 가진 밤은 예로부터 ‘두려움’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쓰였고, 미지를 향한 공포가 숱한 상상을 끌어내 영감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가상의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습관이지만 산업화와 문명화 이래, 상상은 점점 퇴화하고 뒤처지고 있습니다. 마치 밤거리를 빛내는 네온사인이 달과 별을 대신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람들은 더 밤을 두려워하거나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전기라는 문명의 이기가 점차 밤을 먼 곳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심의 불빛이 종일 꺼지지 않는 것처럼, 작가님의 무궁무진한 비의적 정신의 유희를 담은 작품활동은 계속해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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