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진 작가의 작품에서 발화되는 공허함은 채도 낮은 색감에서 비롯된다. 허구와 상상에서 탄생한 인간의 상실, 그리고 외로움이 니체의 니힐리즘적 사상을 바탕으로 예술로 승화된다. 작가는 ‘나의 내면’이라는 같은 제목을 공유하는 작품 외에도 인간 내면의 모습을 단조로운 잿빛 세계에 비추어 보이고자 한다. 감각적이면서도 극도로 절제된 색채는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정체되어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붓질의 움직임을 따라 색채가 이리저리 뒤섞인 모습은 인간이 가지는 복합적인 자아와 욕망을 표방하고 있다.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할 수 없는 오묘한 색채는 마치 한 사람의 정체성과도 같아 보인다.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끝없는 허기가 그러하고 통장을 위협하는 사치가 그러합니다. 인간의 가치가 사회적 위치와 부로 인해 결정되고 인생의 갈림길이 실패와 성공으로 나뉘는 시대에 무언가를 욕망하지 않기란 굉장히 어려우므로 어떤 욕망이든 극복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해소되지 못하는 욕망은 곧 현대인들의 만성적인 우울을 야기합니다. 최미진 작가의 작품엔 작가의 경험과 상상으로 만들어낸 추상적인 이미지가 가득합니다. 이러한 이미지에는 정신적으로 피폐한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외로움과 쓸쓸함이 조화롭게 겹쳐져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마냥 부정적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는 감정들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감정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치열한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차분한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는 최미진 작가의 작품은 감상하는 이에게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마주 보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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