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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림 작가의 작업은 삶의 진실에 다가서는 반전의 레이스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실과 바늘을 대신한 세필의 섬세한 표현은, 회화인 줄 알고 들여다보면서도 직물을 붙인 게 아닌가 착각할 만큼이나 놀랍다. 소재의 착각과 반전 외에도 장식용 천의 화려한 무늬라 여겼던 문양들이 고통스럽고 힘든 순간을 겪는 사람들의 형태와 이야기를 담은 장면이었다 사실에 거듭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스치듯 본 겉모습이 어떤 이의 본모습일 수 없고 드러난 현상만으로는 세계의 진실을 다 알지 못하는 것처럼, 백혜림 작가의 작품들은 실제와 허상 사이의 간극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뒤엉킨 실타래를 찬찬히 풀어 새로이 바늘귀에 실을 꿰듯, 작가는 작업을 통해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시련의 실마리를 풀어 오늘의 삶에 한 걸음 다가서는 인생의 모습을 형상화해 보여준다.
옛 정취의 고즈넉함 또는 묵은 기억의 아련함이 담긴 듯한 서정적인 배경색으로 차분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그러나 시선을 끄는 건 따로 있습니다. 실제 실과 바늘이 사용된 것처럼 섬세하게 드러난 레이스의 형태가 바로 그것이죠. 한 땀 한 땀, 반복되는 뜨개질을 하며 잡념을 떨치듯, 작가는 붓으로 세밀한 선을 쌓아 레이스 문양을 그려 가며 오롯이 자신의 내면에 집중합니다. 아름답고도 화려한 레이스 안에는 지워지지 않은 고통스러운 기억과 상념들이 담겨 있어 놀라움을 더합니다. 차근차근 짚어가며 읽는 서사시처럼 작품 속에는 쉬이 넘길 수 없는 힘든 순간들이 새겨져 있지요. 정교한 수공예로 만들어진 장식용 천의 화려함 이면에 담긴 이러한 반전의 이야기들 덕분에, 우리는 작가가 말한 바처럼 lace를 통해서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인생이란 긴 race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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