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경 작가의 작업은 금속과 목재의 사이를 가로지르고, 사각형과 원, 면과 곡선의 사이에 놓인다. 실체 없는 은유, 대상 없는 수식 대신 작가가 택한 방식은 재료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자연적인 색에서 탈피하여 금색의 옷을 입은 나무는 ‘머리카락’이라는 다소 일상적인 모티프를 만남으로써 달의 얼굴을 지니게 된다. 이는 곧 외면과 내면이 맞닿아 있는 하나의 면을 생성하여 대상의 내밀한 소리를 건져 올리는 장치가 된다.
빛이 무한히 번지는 금속의 면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곡선의 결이 가득한 나무입니다. 송재경 작가는 마치 눈속임 기법을 사용하듯 재료의 면면을 위트 있게 다룬 연작을 발표해왔습니다. 나무 패널 위에 놓인 혼합 재료를 통해 감상의 재미를 또 한 번 선사하는 작가는 머리카락의 형태를 띤 곡선으로 복잡한 사회를 가볍게 풀어나가고자 하였습니다. 여기에 더해진 금색의 빛은 무겁고도 무겁지 않은 사회 속의 희망을 의미합니다. 이와 동시에, 작업에 사용된 각 매체 본연의 특성은 직물을 짜듯 여러모로 혼재되어 모호한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게 하지요. 이렇듯 멀리서 찾지 못했던 행복과 희망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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