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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현상이나 사건이 벌어지고 한참 뒤에도 무의식적으로 감각이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 김지혜 작가는 이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는 흔적, 즉 감정의 잔상을 그린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는 감정과 기억은 때때로 촉각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몸속에 스며들어 있다가 예상치 못한 때에 작용을 하기도 한다. 작가는 특히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집중하여 우리에게 전달되는 느낌과 위로를 표현하고자 한다. 작품 속 정형화되지 않은 모호한 형상은 매 순간 각자에게 달리 느껴질 수 있는 감정과 기억의 다양성의 문을 열어 놓는다. 획일적인 표현으로 규정하지 않는 작품은 감상자의 능동적인 감상을 이끌어낸다.
세상에는 언어로 표현하거나 규정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감정과 감각같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은 글로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지혜 작가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색채로 표현합니다. 단일한 표현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감정을 확실한 외곽선이나 명료한 색채보다는 모호하고 부드러운 형식으로 그려냅니다. 그녀의 그림에는 단순히 한 감정을 담기보다는 그 감정이 생기기 전과 그것을 해소하는 과정 모두를 담아냅니다. 그렇게 생기고 또 사라진 감정의 흔적들이 남긴 잔상이 우리를 위로합니다. 그림을 통해 말과 글로는 쉽게 전하지 못한 메시지를 느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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