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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작가의 작품에서 아파트는 굳건하게 쌓인 콘크리트의 위용을 뽐내지 않고 공중에 붕 뜬 채 허약한 뿌리를 내보인다. 종잇장 같은 아파트는 언제라도 날아가 버릴 것 같다. 김희진 작가는 현대인의 삶을 지탱하는 많은 것들이 실은 실체가 없음을 보여준다.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경제구조 속에서 모든 가치는 실질적인 사용 가치가 아니라 교환 가치로 측정된다. 신기루와 같이 잡을 수 없는 가치를 향해 현대인들은 커다란 불안을 품고 끊임없이 나아간다. 김희진 작가는 이러한 현실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 부여잡고 있는 안식처에 주목한다. 종교 혹은 징크스로 표현되는 마음의 기둥은 불안감으로 부서질 것 같은 현대인의 마음을 달래는 존재이다. 김희진 작가의 징크스를 상징하는 노란 버스로 가득 채워진 화면은 불안한 현실을 견디려는 인간의 의지와 바람이라? 할 수 있겠다.
장지에 수묵과 수채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에서 윤곽선은 배경과 명확하게 분리되기보다는 물기를 머문 채 아스라이 펼쳐집니다. 무거운 양감을 가지고 있는 건물들이 꿈꾸듯 아스라이 펼쳐진 김희진 작가의 작품을 보면 한없이 가벼워진 건물을 마주하게 됩니다. 김희진 작가는 왜 무거운 건물을 이렇게 표현한 것일까요? 우리의 생활 속에서 아파트, 빌딩은 미래에 대한 밝은 약속을 상징합니다. 때문에 그것을 얻기 위해 너무나 힘든 과정을 우리는 참고 견디며 노력합니다. 또한 한 번 그것을 가지면 잃지 않으려 애씁니다. 이렇듯 끝이 없는 힘든 과정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김희진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들이 얼마나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지 보여줍니다. 김희진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기를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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