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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작가의 작업에는 꽃병, 물병, 컵 등과 같이 무언가를 담는 투명한 용기(container)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나란히 줄지어 서 있거나 서로 앞뒤로 겹쳐져 배치되어 보이는 방향에 따라 원래의 성질대로 투명해 보이기도 하고 반사되어 달리 보이기도 한다. 투명한 용기는 본질적으로 내용물을 담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채워지는 속성에 반해 본래의 투명한 성질을 잃게 된다는 모순적인 현상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김지수 작가는 이러한 모순과 역설을 정물이라는 장르를 통해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사소하고 흔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없는 용기가 생각의 관점을 뒤집고 일상을 낯설게 보는 시각적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바쁜 일상을 쫓아가고 광고나 텔레비전 등에 의한 순간적인 시각문화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은 좀처럼 상상력을 발휘하고 사고를 뒤집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김지수 작가는 정물화라는, 미술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장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존재하는 사물에 대한 충실한 재현이 아니라 대상을 다양하게 배치하고 여러 각도에서 보고 사물의 기능과 속성을 간파해 시각적으로 실험하는 등 색다른 정물화를 구축합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명한 병과 컵이지만 무언가를 담아내는 기본적인 기능 너머의, 투명함과 채워짐, 비워짐 등의 속성에 주목해 작가와 같이 낯선 관점에서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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