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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들의 말에 따르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머릿속에 ‘현재’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 ‘지금 여기(here and now)’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 알아차리고, 그 느낌 속에서 잠시 머물러 있는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말에서 ‘여기’로 대표되는 공간이 ‘지금’으로 대표되는 시간과 어우러져 ‘나’라는 자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슬기 작가 역시 ‘지금 여기’에 대한 성찰, 곧 현재 자신이 발 디디고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관심을 화폭에 담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미국 롱 아일랜드(Long Island)에 유학 중인 친구가 그곳의 사진들을 보내주었다. 이슬기 작가는 사진에 드러나지 않은 공간을 유추하고 본인이 사는 곳에서 관찰한 지점을 이어서 그려 보냈다. 이렇게 각자의 생활 반경을 담은 사진과 그림을 통해 서로 교감하는 서신 형태의 작업에서 본인의 정서가 투영된 회화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불투명 수채물감이지만 투명한 효과를 낼 수도 있는 과슈의 특성을 잘 살려, 차분히 가라앉아 있는 부드러운 느낌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이 모자이크처럼 한데 엮여 있는 독특한 구성이 눈에 띄네요. 작가는 미국의 친구와 주고받은 서신을 바탕으로, 롱아일랜드와 자기 동네의 풍경을 하나로 이으려고 시도합니다. 비 내리는 날, 호젓한 달밤, 오후의 정원, 산책로, 오리가 노니는 수변 공원의 풍경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함으로써, 두 사람의 생활 공간이 서로 묘하게 닮았음을 보여 주지요. 미국과 한국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작가는 ‘생활 공간에 담긴 정서’, 그리고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나 봅니다. 공간과 인간의 교감이 200% 이루어지는 곳, Wrong Island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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