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로 작가는 자연물이나 동물의 형상들을 중첩시켜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한다. 작가의 시각적 실험에서 핵심은 “모은다”는 행위와 예상치 못한 갈등과 충돌에서 떨어져 나오는 “삶의 조각들”이다. 일이 생각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이루지 못한 목적에 대한 생각,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타인과 충돌할때 생기는 상처와 혼란, 차이에 대한 생각 등이 작가가 작업을 통해 그러모으는 “조각들”에 해당한다. 작업을 통해 이런 것들을 되짚으면서 패턴화하는 과정은 작가에게는 치유의 과정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작가는 작업이 개인적인 치유에 그치지 않고 감상자들에게 색다른 의미작용을 하는 하나의 기호로서 작용할 수 있도록 배치한다. 찍어낸 패턴이기에 생기는 의도하지 않은 질감과 차이, 그런 동일한 듯 동일하지 않은 패턴들의 중첩은 언어 표현으로는 전달될 수 없는 미묘한 느낌들을 시각화하며, 감상자의 적극적 그림 읽기를 촉구한다.
추천 이유
현대인의 삶은 계획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하루 단위의 업무 계획이나 할 일 목록을 작성하는 것은 물론, 주나 달 단위의 계획 혹은 5년 10년 단위의 장기 계획을 세우기도 합니다. 계획한 대로 된다면 뿌듯함을 느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죠. 계획을 이루지 못했을 때만이 아니라도 현대인들에게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들이 많습니다. 잘 지내던 동료와의 갑작스러운 충돌,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일이 사실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충격 등등.. 사람들에게 하고싶은 것이 있고 이를 이루어내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런 것들은 살아가면서 불가피하게 일어납니다. 삶은 이런 것들을 돌아볼 여유조차 주지 않지만, 실수가 있다면 그것을 곱씹으려고 하고 상처를 받았다면 그것을 보듬으려고 하는 것 또한 인간의 특성입니다. 로봇이 아닌 이상, 이런 것들을 겪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 마냥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요. 일상 생활까지 포기할 수는 없어도 내부적으로는 자신을 보듬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미로 작가의 작업은 예상치 못하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다분히 인간적인 특성을 기초로 합니다. 작가는 조각들을 모으고 패턴화하는 작업을 통해서 자신이 그런 지나간 과거를 되새기는 방식을 보여주며, 감상자들에게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