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
학사
영남대학교
서양화
석사
無明 속에서 눈짓하기
나는 움직이고 캔버스는 그것을 고스란히 기록한다. 나는 캔버스에 떨어진 나의 몸짓을 부인하지도, 강조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럴 뿐이다. 그러나 가끔 내 행위, 혹은 내 단순한 몸짓의 기록인 캔버스는 나의 행위보다 우선하는 그들끼리의 질서를 보여준다. 이럴 때 나는 움찔하기도 하고 숙연해지기도 한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그들의 말을 내 행위를 통해 드러낼 뿐이라는, 그래서 나는 마치 신탁을 전하는 사제와 같이 자신의 의지는 조용히 내려놓는다.
누가 내게 명령하는지 모르겠다. 매 순간의 몸짓을, 색채를, 움직임을. 그러나 내게는 명료하다. 이 순간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의 소리에 순명(順命)해야 한다는 것.
나는 모르겠다. 진정으로 무용(無用)한 이 몸짓의 중첩이 하는 저 말이 그림의 말인지 아니면 내 말인지. 내가 진정 저것을 그리고 있는 주체인가 하는 끈끈한 의문도.
어쩌면 캔버스와 나는 서로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건네고 그것을 상대가 소리 내 주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지칭은 하면서도 나는 그가 무엇인지, 누구인지 모르겠다. 다만 나와 우주 사이에 한없이 열린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인연을 느낄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는다. ‘그냥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질문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국어교사로 근무하면서 제 내면의 무언가가 표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것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구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32살에 그림을 시작하고 42살에 대학원을 가고 현재는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4B연필을 처음 쥐던 그 순간부터 취미생활을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으며 의미 있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자 하였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삶의 실체는 언어로 포착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현실적 대상과 이론과도 무관하며 언어 그 너머 혹은 그 이전의 삶의 느낌에 접근해 보려고 합니다. 얼핏 무의미한 혹은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돌이켜 보면 삶의 구체성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매우 직관적인 작업방식을 택합니다. 화면을 바라보다가 그냥 색과 힘 방향성 농도 이전의 화면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한 순간의 움직임(붓질, 몸짓)으로 획을 결정합니다. 대단히 결정하기 힘들고 실패율이 높은 방식이지요. 그렇지만 저는 이미 정해진 언어와 논리에 따라가는 방식에는 흥미를 못 느낍니다. 단 한 번의 붓질과 몸짓으로 다 된 작품을 망칠 때 너무 안타깝지만 이 방식에는 굉장한 긴장감이 따릅니다. 그것에 고통스러워하고 그것을 즐깁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어느 한 작품이 특별히 그렇다기보다는 저를 많이 힘들게 한 작품들에 더 눈길이 갑니다. 왜냐하면 그 그림이 제게 문제를 던지고 제가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진한 기억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감상하는 사람들과는 의견이 좀 다를 때도 있습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특별한 대상은 없습니다. 그냥 작업실에 가만히 있습니다. 답답한 시간이 흐르고, 머리 속으로 휙~하고 색과 움직임과 획이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해야 합니다. 물론 막상 화면에 실행했을 때는 실패하는 때도 있지만요.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아직은 이 방식을 좀더 천착하려고 합니다. 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치열하게 고민하고, 아름답게 결론이 난 화면을 창조한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특별히 하는 게 없고 책 읽고 걷기를 좋아합니다.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품을 생활용품과 결합하는 아트콜라보 작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실제로 여러 가지 아트 상품을 제작하고 전시하고 있는데 작가가 직접 하기에는 여러 난점이 있습니다. 기업과 콜라보 작업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