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한국화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화, 미술사
학사
저는 '여기에서 만큼은 아무런 방해나 장벽 없이 그냥 울기만 해도 되고 무엇이든지 말해도 되고 어떻게든 위로해주고 들어주는 공간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는 김정향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환상목욕탕'연작과 '조력자' 연작들로 글과 그림에 담겨 이어지고 있습니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제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에 꾸준히 흥미를 느끼고, 생각을 풀어내는데 있어 그림과 글이 제게 가장 친숙한 전달 방법이다 보니 ‘작가’라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미술의 범주 안에 어릴 때부터 있었는데 그게 왜 인지는 정말 저도 모르겠습니다. 특별히 “나는 작가가 될 거야!!!”라고 생각한 적도, 결심한 계기도 없고 그냥 좋은 것을 좇아 걷고 걷다보니 지금의 모습인 것 같고 지금도 제가 ‘작가’인지 아닌지 특별히 생각하고 지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끈적이는 삶과 반짝이는 생각들을 기가 막히게 똑똑하고 솔직하게 풀어낸 작업들을 보면 어떤 것을 대할 때 보다 매력을 느낍니다. 그런 작품을 하는 작가들과 그들의 삶을 동경해왔던 것 같고요. 현실에서는 안 되는 것들도 작업 속에서만은 뭐든 해도 되니 그것이 부담일 때도 있지만 작업을 하면서는 그 무엇보다 충만함을 느껴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무조건적인 위로와 어루만짐, 소통, 도움 등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전에는 우리가 친근하게 서로 홀딱 벗고 누군지도 모르면서도 더러움을 씻어줄 수 있는 우리의 '동네목욕탕'에서 출발한 <환상목욕탕>시리즈에서 이러한 이야기들을 이어갔고, 최근에는 '내가 아니면 생존 자체가 힘든' 또 다른 존재들을 먹이고 안아주고 재워주고 씻어주며 일어났던 여러 경험들을 바탕으로 '무조건적인 도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꼭 아이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가 나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떠 존재에 대해 갈구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존재를 만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대신 작업이 그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과거 동서양 고전회화나 유물들의 도상이나 상징들을 저의 생각과 경험과 어우러지게 녹여 회화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좋아하는 영역은 고대 인도나 이슬람 쪽의 세밀화나 조각들, 또 동서양의 오래된 일상용품과 부장품들입니다. 작은 상징 하나에도 인간의 솔직하고 열렬한 희망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서요.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환상목욕탕 #5, 100x100cm, 장지에 채색, 2006'과 '조력자들의 밤- 안아주는 손들,장판지에 채색,38.5x46㎝,2015' 이렇게 두 작품입니다. 첫번째 '환상목욕탕 #5'는 환상목욕탕 초기작인데, 개인적으로 환상목욕탕 이야기와 구성에 확신을 가지게 되어 정말 그림에 '흠뻑 빠져' 집중해서 그렸던 작업이며 하면서도 너무나 재미있어서 정말 제가 그 공간 안에 있는 것 같은 환상이 생길 정도의 작업이었습니다. 또 이 작업을 계기로 작가의 길을 조금 더 확신을 가지고 걸어가게 된 것 같아요.또 조력자 연작 중 '조력자들의 밤- 안아주는 손들,장판지에 채색,38.5x46㎝,2015'는 제가 '환상목욕탕' 연작 이후, 한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그림에 잘 빠져들지 못하고 있었던 기간, 또 연년생 두 아이들까지도 다 저만 바라보며 안아달라, 먹여달라, 똥 치워달라, 재워달라, 달래달라 아우성 치던 시기에 그려진 작업입니다. 정말 손이 열개라도 모자라는데 차라리 제 자신이 손이 여러 개인 문어가 되어 한꺼번에 다 해결하면 좋겠다는, 마치 종교화처럼 진정한 제 소원과 염원이 담겨있는 절절한 작업이어서 그렇습니다. 현재 이 작업은 SOMA미술관에 소장되어있는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바쁘고 지친이들과 만나 그들과 위로와 동감을 교류하면 좋겠습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매일매일의 제 삶과 경험이 바탕이 되며 타인의 인생 이야기와 고전과 유물 유적에 얽힌 이미지와 이야기들에서도 큰 매력을 느낍니다. 크게 말하면 너와 나의 삶의 이야기요.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끊임없이 '도움 위로 동감 치유' 을 주제로 여러 변주들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이야기 만드는 것도 좋아해서 글과 그림이 함께 들어있는 텍스트북을 올해 안에 제작할 예정이고요.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내가 하고 싶었던, 내가 겪어봤던, 내가 가려웠던 어떤 지점을 끌어올려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들이면 좋겠습니다. 작업을 사이에 두고는 서로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솔직하고 창피하지 않는 그런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쉬고 싶은 날 철저히 혼자가 되어 박물관에서 아무 방이나 들어가 목적없이 괜히 돌아다니며 눈으로 이미지 낚시질도 좀 하고, 차도 마시고, 이리저리 놀며 사람 구경도 하면 그렇게 행복합니다.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족과 제가 아는 분들과 모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큰 굴곡 없이 행복을 느끼며 안정적으로 잘 살면 좋겠다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