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서양화
석사
서울대학교
서양화
학사
작가소개
고군분투하는 삶의 단면들을 설치와 페인팅을 넘나들며 작업해 온 허보리 작가의 최근의 페인팅들은 산책 중 보이는 식물의 이미지들을 평면에 추상화 하는 작업입니다. 그 끝을 알수없이 깊숙히 우거진 식물들의 모습에서 작가는 무한한 생의 의지를 느끼기도 하지만 그 안이 열길 물속처럼 끝을 알수 없는 신비로운 도피처가 될수 있다는 상상을 합니다. 우거진 숲 속에, 혹은 바글바글 피어 오른 꽃밭에 제 몸을 다이빙을 하여 들어가는 상상을 하고 잠시 휴식을 갖는 상상이죠.
그런 상상의 시작에서 이러한 작업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식물이 엉켜있는 자유분방한 이미지들은 한폭의 추상화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것을 회화적인 터치들로 화면에 담았습니다. 이처럼 도피처가 되는 식물추상 이미지는 작가가 이전에 다뤄왔던 치열한 삶의 표현. 자수 설치 작업인 <니들드로잉 작업>과 연관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런 자연을 추상화 하여 도피처를 마련하고자 하는 작업과 별개로 일상의 작은 감정들을 상징적인 오브제를 추가하여 일기처럼 그려내는 작업들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사람들을 막 피어오르는 장미 한송이로 표현함으로써 씩씩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이면서 때로는 어쩔수 없이 연약한 존재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모양의 감정들을 가진 작은 꽃과 같은 존재인 우리들이 때로는 깊은 곳에 잠시 은둔하며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를 갈망하고 있지는 않은 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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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내가 그리는 대상들은 들에 가득 핀 꽃과 우거진 나무가지. 어떠한 규칙도 없이 자유롭게 자라나는 길가의 수풀더미, 병에 꽂힌 꽃 등이다. 식물이란 한없이 연약하기도. 한없이 끈질기기도 한 존재 같다. 화병에 꽂힌 꽃은 일주일을 못가고, 내가 어릴 때 보던 그 나무는 아직도 내곁에 있다.
죽은 것 같았던 선인장이 어느 날 꽃봉오리를 올려내는 것을 보면 어떻게든 살아내는 인간의 모습 같다. 어렵게 가진 아기처럼 그렇게 이쁘고 소중했던 그 선인장 꽃은 장마철 마당에서 수많은 비를 맞으며 온몸이 눅진해졌다. 여름 작업실 마당에 핀 이름 없는 씩씩한 꽃들은 날이 추워지자 손끝에 찔릴 것 같던 연보라색 꽃잎들을 모두 잃어버렸다. 겨우내 앙상한 가지만 갖고 움추려 있던 수국의 뿌리들은 올여름 누구보다 화려함을 뽐낼 것이다.
그러한 식물들이 멈춰 있지 않고 피고지고 하는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것은 인간의 모습과 너무 닮아있다. 짧고도 긴 인생. 나약하지만 어쩔 땐 강해지는 의지. 그리고 그 안의 작은 자유. 기쁨도 잠시 닥쳐오는 막막함이 인간에게도 식물에게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산책을 하거나 기억에 남는 식물의 모습을 사진으로 일단 기록하고. 그 식물의 색감. 식물이 갖고 있는 선의 자유로움을 비교적 속도감 있는 필치로 표현하고 있다. 마치 가수가 녹음을 하듯이. 작업 전에는 그 모습에 대한 기억을 충분히 착즙하듯 집중하여 끌어낸다. 감정적으로 굉장히 대상에 푹 빠져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크게 울리는 어떤 음악 속에서 대상에 집중하여 색감을 기억해내고 그것을 자유롭게 드로잉하거나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다.
허보리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자연스러운 행보였던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들을 사랑했다. 거기에는 외로움과 인내도 필요하지만 마음에 두었던 어떤 이미지가 내 눈 앞에 현실화 되었을 때 그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예술의 기본은 카타르시스 방출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 다른 이에게 보여질 때 그것 또한 흥미로운 일이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나는 수년간 <장미와 통닭>이라는 단어를 두고 작업을 해왔다. 그것은 소설가 김엄지씨가 본인의 작품에 언급한 말이었는데 얼마나 인생을 함축하는가를 깊이 느꼈다. 말하자면 장미같이 향기로운 인간이 통닭 같은 무식한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내가 느끼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정확히 보여주는 단어였다. 이러한 생각을 베이스로 <장미인간>의 삶을 소소히 묘사하기도 하고 연약한 식물들이 가지는 생명력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업들을 하기도 한다. 나는 꽃과 풀들이 빽빽이 자라나는 것을 보면 그 모습이 씩씩해서 보기도 좋지만 와글와글 한 그 곳에 뛰어들면 옛날 영화나 만화에서 보듯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 같다는 상상을 했다. 이 연약한 장미들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간으로 도망가는 상상도 해야겠고, 별로 대단하지 않은 모습들을 시시껄렁하게 나누며 “너도 그러냐 나도 그렇다.” 라는 위로에 힘입어 한걸음 더 내딛을 수 있도록 말이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는 산책을 하거나 기억에 남는 식물의 모습을 사진으로 일단 기록하고. 그 식물의 색감. 식물이 갖고 있는 선의 자유로움을 비교적 속도감 있는 필치로 표현하고 있다. 마치 가수가 녹음을 하듯이. 작업 전에는 그 모습에 대한 기억을 충분히 착즙하듯 집중하여 끌어낸다. 감정적으로 굉장히 대상에 푹 빠져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크게 울리는 어떤 음악 속에서 대상에 집중하여 색감을 기억해내고 그것을 자유롭게 드로잉하거나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다.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 보다는 보다 대상을 끌어낸다. 그래서 그림의 결론이 몽환적이고 오히려 더 평면에 더 가까운 추상적 이미지가 될 때 더 흥미롭다. 내가 그려낸 대상이 보여지는 현재를 벗어나 나의 감정을 묻히고 전혀 다른 모습이 될때 그것이 더 인간적인 행위가 아닌가 싶다. 결국 이런 붓질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인간이 갖고있는 감정의 소중함이라고 할 수 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2020 년도 5월에 헬리오아트에서 개인전했을때 전시했던 <장미 가족> oil on canvas, 117x91cm, 2020 이다.
작업의 변화에 있어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나의 가족을 그렸기에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나는 언어에서 주로 영감을 얻는다. 시나 소설이 될수도 있고 친구들과 떠드는 카톡의 메세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재밌는,표현들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싶다. 눈앞에 펼쳐지는 어떤 한 일상의 장면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우스꽝스러운 상상 한조각으로 작업이 되기도 한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좀더 우연적이고 열려있는 작업을 하고싶다. 계획해서 꼼꼼히 해나가는 작업이나,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보다는 어떻게 보면 즉흥적이면서도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아도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내고있는 작품을 하고싶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진실성만이 보는 이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내 개인적이고 솔직한 생각들이 누구나 이해가 가는 매우 보편적인 감성으로 보여 진다면 그것이 최고의 순간이라 하겠다. 또한 진지한 면을 잃지않으면서도 풍자와 유머가 있는 작가. 그런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운동, 개, 웹툰보기 , 요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