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미술학
박사
홍익대학교
동양화
석사
홍익대학교
동양화
학사
나에게 건축물이란 인간의 삶의 형태와 인간 자체를 이해할 수 있는 도구이다.
20여년을 넘게 화폭에 자연 대신 오래된 건축물을 담는 것에 일관된 관심을 가져 왔다. 도시의 외관 혹은 건축물을 묘사하되 형식과 외관만을 남겨 놓는 방식으로 캔버스 위에 수묵작업을 지속해 온 것이다. 동양화 하면 떠오르는 일필휘지가 아니라 아교를 바른 캔버스 위에 색채는 사용하지 않고 흐린 먹으로 드로잉 하듯이 진하게 쌓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Q. 추구하시는 작품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동양화를 전공한 본인은 그래픽 재료가 아닌 먹으로, 나열된 빌딩을 구획하는 작업을 한다. 그것은 재료와 소재 사이의 괴리감으로 이미 그 자체에 상반된 감수성을 품고 있다. 보통 먹은 물과 함께 섞이면서 그 농도 변화에 따라 사람의 감정 또는 그린 이의 정신성을 대변한다. 전통 수묵화에서 먹은 필획의 뻗은 모습, 즉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강직하게 뻗은 묵의 변화에서 그린 사람의 손길의 흔적을 느낌과 동시에 그 사람의 성격과 삶의 태도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작업에서는 보통 건축가의 설계 도면에서나 볼 수 있는 감정이 배제된 건물들에 먹을 입히고, 다시 주로 동양화에서 여백으로 남겨 두는 공간 속에 알 수 없이 뭉그러져 유동하는 건물의 그림자를 그린다. 동양화에서 여백이란 그냥 빈 공간이 아니라 필묵이 화면상에서 점유하는 세력권으로, 선승(禪僧) 화가들에게는 특히나 만물의 움직임을 품고 있는 고요한 공간, 궁극의 선(禪)과 상통하는 고도의 정신적 공간이다. 이처럼 여백이 정신적 공간이란 의미로만 본다면 작업 속의 공간은 충실히 전통적 맥락을 따르고 있지만, 여백에 담은 소리 없이 아우성치는 그림자는 차가운 도시 이면에 깃든 도시인들의 마음과 정신, 더 나아가 작가 본인의 내면을 반영한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현대인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어 있는 이미지에 대해 의문을 던짐으로써 익숙한 형식에 관한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도시를 대표하는 건물들, 그리고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 그 이미지에 대한 환상을 건축 양식으로 도식화한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건축물들은 비슷한 형식을 가지고 있으며, 대표적인 하나의 이미지로 대변된다. 또한 건물 자체를 상품처럼 진열하는 또 하나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에 대한 탐구로 이루어진 이러한 주제는 이 시대의 도시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장이 될 것이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작가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마치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란 질문과도 같은… 그동안 해 온 작품들은 시대별로 그 주제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곧 그 당시 전시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그것들이 쌓여서 작업은 진화한다.지금 보면 초기작들은 테크닉적으로 미숙한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또한 그 나름대로 당시의 패기와 고민, 실험성 같은 것이 보인다. 그것은 현재의 내가 다시 재현해 낼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결론은 모든 작업들이 다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평소에 생활하면서 받는 모든 일상적인 것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샌가 자꾸 신경이 쓰이고 관심이 가는 어떠한 부분이 생긴다. 그 관심사가 또 쌓이다 보면 그 결과 하나의 이미지가 완성이 된다. 다른 사람에 비해 어딘가에 얽메여 있지 않은 시간이 많기 때문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우리가 보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 진실성, 세뇌에 대한 결과물 등등 인간의 의식과 시각에 관한 탐구를 계속하고 싶다. 그리고 회화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설명적인 친절함을 배제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또한 현대에는 많은 재료들이 개발이 되어 손쉽게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밥법이 있지만, 전통의 재료인 먹에 대한 끝없는 실험을 통해 그 한계에 도전해 보고 싶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예전부터 동료 작가들과 이러한 얘기를 할 때, "저는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라고 우스개 소리로 말하곤 했었다.과거에나 지금에나 경제적인 문제인 상업적 미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작가의 현실이다. 대중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야 그림이 잘 팔리고, 그림이 잘 팔리는 작가가 유명한 작가가 되고, 유명한 작가가 미술사에 남는 위대한 작가가 된다는 공식은 잘 적용되지 않는다. 대중들은 역사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의 작가들만 기억하기 때문에 그것은 작가가 생각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Rock을 매우 좋아한다. 예전에는 재즈를 좋아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락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특히 1970년대 락의 전성기였던 시절의 곡들을 좋아한다. 그 시절의 락은 어떠한 것을 해도 인정을 해 주던 자유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형식으로부터 매우 자유롭고 실험적인 곡들이 많다. 여름에는 락페스티벌에 가도록 하자.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업에 대한 중압감과 창작의 고통 때문에 나 스스로 망가지거나 무너지지 않는 것 정도? 그런데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발란스를 잘 유지하기 위해, 평생 할 것 같지 않던 운동도 하고 있다.